법관 임용 조건을 둘러싼 논의
법관 임용 조건을 둘러싼 논의
  • 승인 2021.09.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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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
원활한 법관 충원을 위해 법관 임용 시 요구되는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고, 그 결과를 두고 많은 다툼이 있다. 어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다툼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어떤 자격을 가진 법관에게 재판을 받고, 어떤 법관 선발 방식이 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가에서 출발한 다툼이므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되었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인하여 로스쿨 졸업생을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하지 않고 어느 정도 추가적인 법조경력을 쌓게 한 후 법관으로 임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하였고, 그 결과 이제는 사법시험 완전 폐지로 사법연수원 제도가 없어져 오로지 경력법조인만 법관으로 임용되도록 하였고 그 경력을 점진적으로 늘려 2026년부터는 무조건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법관으로 임용되도록 하였다. 로스쿨제도 도입 및 경력법조인의 법관 임용은 법조일원화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법조일원화란 변호사로서 일정한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서 법관을 뽑는 제도로 시험 성적만으로 곧바로 법관을 임용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 현상 및 경험이 재판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영미제도를 접목시킨 것이다.

현재의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판사 임용에 지원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엄격한 법조경력 요건으로 인하여 일정 기간 동안은 매년 법관 충원수가 줄어들어 현재보다 법관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년 법조경력 유지를 찬성하는 측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사회 경험을 충분한 법조인,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법조인을 판사로 뽑아야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경력 5년인 변호사들은 대부분 재판연구관, 국선전담변호사 등 사실상 성적이 우수하면서도 법원의 영향권 내에 있는 경력만 가지고도 법관으로 선발될 수 있어 결국 성적지상주의를 타파할 수 없고,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없어져 법조일원화, 법원 내의 관료주의와 서열주의 문화를 타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비록 단기적으로는 법관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법조일원화를 통한 법원 재판제도의 개선이라는 목표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므로 그 해결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인데 10년 경력을 5년으로 낮추는 것은 결국 법조일원화 제도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에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5년 법조경력으로 낮추자는 쪽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소송이 만연하지만 법관 수는 오히려 훨씬 적고 법관 1인이 담당하는 사건 수는 훨씬 더 많아 현재도 법관을 많이 충원해야할 상황인데 오히려 법관수를 줄이는 것이 되므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지극히 해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법관 수는 2966명(독일 2만3835명), 법관 1인당 사건 수 464.07건으로 독일(89.63건)의 약 5.17배, 일본(151.79건)의 약 3.05배에 달하는데(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인당 법관수가 훨씬 적지만 사건 건수는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더 후퇴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보다 혁신적인 법관 대우 개선이 없다면 경력 10년 변호사들 중 이미 자리를 잡은 실력 있는 변호사가 아닌 실력 없는 낙오된 지원자들이 넘쳐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약 70년간 우리나라의 법원은 성적이 우수한 법조인을 조기에 법관으로 임용하고 이렇게 선발된 젊고 유능한 법관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훨씬 많은 사건을 야근 및 휴일근무를 불사하는 초인적인 근무시간으로 커버하면서 그나마 신속하고도 정확한 재판을 어느 정도 유지하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6시 퇴근, 야근 없음’의 최근 세태가 법원에도 반영되어 과거 6~12개월 정도의 재판이 이제는 1~2년 정도 진행되게 되었다(어느 법원에서는 저녁 6시에 재판이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법관이 퇴근하겠다고 하여 문제가 되었다).

개정안을 부결시킨 자들은 어떻게 부족한 법관을 충원할 것인지 답을 주고, 5년 법조경력을 주장하는 자들은 어떻게 법조일원화 구현 내지 성적지상주의를 개선할지에 관한 답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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