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철석같이 믿게 해놓고
농사를 폐농하게 해놓고
줄행랑친 친구여
당신은 봄이 오는 것을 아는가
매화가 피고 산수유 피고
진달래 개나리가 피는데
당신은 아름답지 아니한가
꽃을 향한 마음도 잊었는가
꽃향기 따라 찾아온
별 나비를 보았는가
친구여 봄이 생동하는 것 모르고
어디론가 떠나버린 우정이구나
어디에 가 있든
봄이 오는 것을 깨닫게
어디에 있든 어여쁘고 향기로운
꽃이 피는 모습을 보겠나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봄을 보겠나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떠난 벗에 대한 원망과 한탄이 봄 속에 온전히 녹아 있음이 잘 나타났다. 마지막 행에서 떠난 벗이 다시 돌아와도 ‘나 역시 함께 할 수 있을지’ 하는 마음도 함께 있는 것 같다. 땅을 배신한 벗이 꽃과 차를 함께 할 자격이나 있겠나 하는 것으로 시인은 서운한 마음을 한껏 실었다. 아니면, 봄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연상하게 하여 벗을 유혹하는 건지도 모른다. 벗의 나른한 배신을 봄의 꽃 속에서 읽었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