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처럼... 사회구조 보여주며 글로벌 히트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처럼... 사회구조 보여주며 글로벌 히트
  • 승인 2021.09.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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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도 안 한 장르와 세계관 꾸준히 실험해 성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어린 시절 우리끼리 마을 어귀에서 즐기던 ‘오징어 게임’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 그들에게는 동심 어린 게임이 아닌, 사회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잔인하고 강렬한 게임으로 인식됐겠지만.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한국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인기 순위에서 1위(‘플릭스 패트롤’ 사이트 기준)를 기록하는 등 한류 콘텐츠의 위용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14개국에서 1위를, 영국과 프랑스 등 39개국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돌풍 배경에는 작품 자체의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와 배우들의 열연이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처럼 사회구조와 메시지를 절묘하게 반영했다는 점이 호평받고 있다.

‘기생충’이 그러했듯 ‘오징어 게임’ 속 게임 참가자들과 그들이 게임을 치르는 양상 등 내용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글로벌했다.

탈북자, 해고 노동자, 외환위기로 좌절한 펀드매니저 등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생존 서바이벌극 장르로서 보여준 적자생존의 논리와 그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23일 “극에서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 게임은 골목에서 하던 흔한 놀이지만 사실은 한국 사회를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했던 적자생존의 논리를 획득하게 하는 게임이었다는 것을 작가가 발견해 생존 서바이벌에 접목한 게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이 게임에서 동심이 떠나고 사회에 적용하면 실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는 ‘충격 요법’이었다는 해석이다.

김 평론가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나가는 지혜를 얻는다는 건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그걸 한 공간에서 이야기로 표현한 점도, 그 공간을 비인간적인 자본가들이 지켜보는 연출도 탁월했다. 마치 ‘종이의 집’ 초반을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거대하고 화려한 세트장, 작위적인 게임과 모두 똑같이 입는 트레이닝복으로 현실과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게임장은 정확히 ‘사회 축소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기훈(이정재 분)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도 선한 선택을 해서가 아니라 운 때문인 것만 봐도 현실적”이라며 “서바이벌극 치고 게임이 너무 간단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게임보다는 게임의 결과가 불러오는 살벌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도 룰은 간단하고 그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데, 문제는 승패가 아니라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환경 아니냐. ‘오징어 게임’은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짚었다.

‘킹덤’과 ‘스위트홈’으로 한국판 크리처극을 흥행시킨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세계관을 탄생시키고 인정받았다. 한국은 이제 완연하게 주요 콘텐츠 생산기지가 됐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쉽게 하지 못했던 장르들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는 흥행에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지만 결국 시간과 자본과 경험은 쌓이면 큰 ‘한 방’으로 터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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