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승인 2021.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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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임연수 소아청소년과
요즘은 코로나백신 접종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모를 지경이다. 접종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낯설고 무섭기만 한 접종임에는 틀림없고 카더라 통신을 통해 너무나 이상한 소문들이 돌고 있는 현실에서 중심을 잡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의사인 나도 모든 의문을 해소해 줄 수는 없지만 짧은 설명 시간에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 잘못된 소문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기에 하루에 100번 넘게 똑같은 부작용 설명과 주의사항을 얘기하고 주사 놓을 때도 덜 아프게 놓으려 노력하고(물론 노력한다고 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접종한 사람들은 좀 덜 아프기를 바라고 접종을 한다. 그리고 직접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마다 질문도 다를 것이고 궁금한 정도도 다르니까 직접 접종을 통해 대답도 해주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간호사들도 접종을 할 수 있고 주사는 나보다 더 잘 놓을 수도 있겠지만 접종의 기초이론이나 여러 가지 질문에 대처하는 요령이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대답이 가능한 것은 의사이니까. 접종 부위는 문지르지 마세요. 아프면 해열제 드세요 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왜 그런지를 대답하려면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처럼 간단한 예방접종도 주사행위로 그치지 않는데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전문 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전문 간호자격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의료법상 명백히 불법인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양성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도에 따른 처방' 문구를 신설해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가능하게 하고 주사 및 처치를 할 수 없는 한의사가 전문 간호사를 지도해 주사처치를 할 수 있다는 문구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 진료의 과정 중에 발생하는 아주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주사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건 누가 하더라도 사후 부작용 대처능력이 있고 그 행위가 진료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의사의 지시와 감독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마취 전문 간호사가 마취를 할 수 있게 한다는 문구는 잠만 재우는 것이 마취가 아님을 알지 못하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닐까. 후두경으로 보면 사람마다 후두 모양이 다르고 마취약의 양도 사람마다 다르고 반응도 제각각 임을 그리고 제대로 안되었을 때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무었을 먼저 해야 하는지 판단이 가능한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마취전문의가 해도 사고가 생길 수는 있지만 100% 무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도 최소한으로 그 부작용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어느 생명이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중요한 행위를 단순한 노동으로 격하시키는 행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마취 전문의가 모자라면 모자라는 근본 이유를 따지고 어떻게 할 건지를 큰 안목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게다가 어느 의사가 내가 진료한 환자가 부작용이 더 크기를, 더 아프기를 바랄까? 가끔 영유아 검진 때 부모님과 상담 중에 다른 보호자가 팔짱을 끼고 옆에서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아무 설명도하기 싫어진다. 나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고 내가 아는 범위에서 정확한 지식을 주고자하는데 중간에 끼어들어 어쩌고저쩌고하면 하던 공부도하기 싫은 학생처럼 바뀐다. 그리고 수액 놓을 때도 될 수 있으면 한방에 해주는 것이 나도 환아도 좋으니까 누구보다도 그러려고 하는데 옆에서 노려보고 있거나 한 번 만에 해주셔야 해요 하면 그 순간 정신이 흔들리고 잘하던 손길도 엉망이 되어버리는데 누군가 CCTV를 통해 니가 잘하나 못하나 무슨 짓을 하는지 볼거야 하고 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진료를 하던 수술을 하던 그 자리에서 환자만 생각하여야하는데 나중에 문제되면 어쩌지, 이래도 되나 하는 순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수술의 결과가 안 좋거나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환자겠지만 의사도 너무 괴롭다. 내가 하는 행위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아무런 탈 없이 진료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료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의심하고 의사와 환자와의 기본 신뢰를 깨려는 행위,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이 법안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나는 아주 실력이 있거나 훌륭한 의사는 아니지만 내가 의사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진료행위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환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처음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깨는 행위는 더 이상 조장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정작한 의사로 정직한 진료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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