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대추가 주는 경영의 지혜
[박명호 경영칼럼] 대추가 주는 경영의 지혜
  • 승인 2021.09.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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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올해 추석 명절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기 집에서 추석을 보내는 일명 ‘홈추(home+추석)족’과 ‘귀포(귀성포기)족’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감염위험도 줄이고 ‘명절 잔소리’도 피하려고 아예 친지 방문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추석이 전통적 ‘명절’이라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또 하나의‘연휴’기간이 된 듯하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사람 간 대면접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석 직전에 지인이 추석 명절의 차례상에 오르는 과실인 ‘조율이시’의 심오한 의미에 관한 글을 SNS로 보내왔다. 그 가운데 대추에 관한 해설이 무척 흥미로웠다. 암수가 한 몸인 대추는 한 나무에 엄청 많은 열매가 열린다.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지며, 절대로 헛꽃은 없다는 것이다. 대추씨는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대추에 관한 걸작 시가 있다. 학생들에게 삶의 자세에 대해 잔소리를 할 때 자주 인용했던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 시인은 정말 천재다. 그는 최고의 인문학자이며 동시에 그의 관찰력은 과학자를 능가한다. 붉게 물든 대추 한 알에 우주를 넉넉히 집어넣고, 거기다가 둥근 모양에는 우리네 힘든 삶을 생생하게 새겼다. 이 시에는 어떤 덧말도 사족일거다. 격동의 세월, 삶의 고난과 인내와 기다림을 이 시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관혼상제의 필수품인 대추는 삼국시대부터 귀한 과일로 대접을 받아 왔다. 가난한 선비가 양식이 떨어지면 대추 한 알로 끼니를 대신했다는 옛 이야기도 있다. 대추는 밤, 감과 함께 삼실과(三實果)로도 불린다. 그런데 삼실(三實)철학이란 것도 있다. 고졸 출신의 9급 공무원에서 차관과 대학 총장까지 역임한 전 인천재능대학교의 이기우 총장의 삶의 철학이다. 그는‘진실, 성실, 절실’이란 삼실(三實)을 몸소 실천하며 세상과 통하였다. 절실함으로 온갖 고통을 참으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일해 온 그의 삶은 장 시인이 그린 ‘대추 한 알’을 꼭 닮은 듯하다.

경영자도 대추에서 큰 지혜를 얻는다.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태풍, 천둥, 벼락, 번개를 수도 없이 만난다. 고독과 목마름과 추위도 무시로 맞닥뜨린다. 경영자는 당연히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 견디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가 하는 일에 즐거움과 사명감과 의미를 지니고 성공을 확신해야 한다. 쉼 없이 닥치는 숱한 시련과 어려움을 ‘참으면서’매 순간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강인함도 있어야 한다. 온갖 불행과 역경은 나약한 인간에게는 독이 되지만 강인한 사람에게는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경영의 성취감은 바로 이런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한국 경영학계의 구루로 존경받고 있는 한양대학교 윤석철 석좌교수는 ‘삶의 정도’에서 ‘경영’과‘삶’의 바른 길(정도, 正道)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삶과 경영의 정도는 ‘내일을 위한 목적’을 제대로 정립하고, 이를 달성할 수단을 잘 준비하고 축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목적’은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기 스스로가 정립해야 하며, 그것은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하였다.

윤 교수는 기업이 생존하려면 고객에 대한 감수성, 상상력, 현실에의 적합성에 대한 꾸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것은 ‘좋은 시’에 대한 장석주 시인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좋은 시란 “익숙함 속에서 익숙하지 않음을, 하찮은 것에서 하찮지 않음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누구와도 닮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이러해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차별성과 간결함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경영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이 손을 뻗쳐서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자기 일에 전념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

삶에 큰 위로와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시, ‘대추 한 알’은 요즘같이 힘든 날에 어려움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경영 잠언이다. 지혜의 글을 만든 장 시인이 마치 경영의 달인처럼 느껴진다. 훌륭한 시인은 경영자의 사표(師表)라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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