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청춘맨숀 입주작가 이연주 “산도 사람도 내게 안정감을 줘요”
수창청춘맨숀 입주작가 이연주 “산도 사람도 내게 안정감을 줘요”
  • 황인옥
  • 승인 2021.09.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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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보이나 다시 보면
등 보이고 누운 사람 같아
편안한 대상 결합, 회화로
이연주작-동반
이연주 작 ‘동반’

누구에게나 수호신 같은 존재들이 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들이다. 작가 이연주의 기억 속 수호신은 산이었다. 빠르게 흐르는 인간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내달리다, 문득 눈을 돌리면 늘 그자리에서 산이 위로를 건넸다. 어린시절 창으로 들어왔던 산은 그에게 마음 속 고향처럼 편안하게 다가왔고, 2016년부터 ‘산’ 연작을 그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빠르게 변해가는 일상 속에서 익숙하고 변하지 않은 대상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이 내게 안정감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정감을 주는 대상은 산에서 사람으로 확장됐다. 2002년 발표한 작품 ‘동반’에서부터 산과 사람을 결합한 형상을 발표했다. 사람 형상을 드로잉하다 사람의 뒷모습이나 손 등 신체의 일부에서 산의 형상을 발견하면서 산과 사람의 형상을 결합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동반’ 연작에는 시각적 다양성이라는 매력이 숨어있다. 보는 이에 따라 산으로도, 사람으로도 보여진다.

작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주로 가족이거나 가까운 친구로 제한된다. 작가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면서 익숙한 안정감을 제공하는 대상들이다. 익숙함이 전하는 편안함은 산과 가족이 다르지 않았다. 가족의 누워있는 뒷모습과 산의 형상이 화면에서 어우러지자 편안함은 배가 된다.

“내가 머무는 자리에서 늘 바라 볼 수 있는 존재가 주는 편안함은 빠르게 변해가는 일상에서 얻는 휴식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산이나 가족은 그런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

등을 보이고 누워 있거나 손을 포갠 사람의 형상과 산의 형상이 결합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산의 이미지는 고수한다. 색상 또한 산의 고유색인 푸른빛을 기본으로 한다. 간혹 다양한 색이 선택되기도 하는데, 이는 그림의 대상이 된 지인의 내면의 기운이 색으로 표현된 결과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내면의 기운이 있는데, 그 기운을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라본다는 행위는 일정한 거리를 전제로 한다. 바라보는 대상이 너무 멀 경우 교감 지수가 떨어지고, 너무 가까우면 감흥이 사라진다. 작가가 선호하는 거리는 딱 익숙할 만큼의 거리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익숙한 거리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변하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존재만큼 편안한 것이 있을까 싶다. 익숙함은 곧 안정이다.”

창으로 들어오는 산의 거리를 인지하는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진다.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가 존재한다. 실제 산은 물리적으로 먼 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눈과 마음으로 교감하면서 중첩된 기억은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놓는다. 심리적으로 좁혀진 거리는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산과 가족은 심리적으로 내가 가깝게 느낀 대상들이다. 나와 그 두 대상 사이는 심리적 거리는 동일하다.”

이연주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수창청춘맨숀 3기 레지던시 입주작가 교류전과 성관전은 10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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