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대표, ‘비단 주머니 3개’를 던져라
이준석대표, ‘비단 주머니 3개’를 던져라
  • 승인 2021.09.28 1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야야 이번 8월(추석의 경상도지방 다른 표현)에는 부둥(간절히 바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오지 마라”

여든 넘은 시골 노인들이 외지에 나간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전화 목소리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의 창궐이 전통 풍습마저 앗아가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자영업자의 눈물은 이보다 더 진하다. ‘K방역’을 자랑하던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

내년 대선은 국민의 희망이다. 지금 국민은 너무 힘들고 지쳐있다. 번화했던 상가는 전쟁이 지나간 것처럼 황량하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와 여당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진정성 있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은 제쳐두고 소위 ‘언론재갈법’ 통과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마치 번지수를 모르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과 진배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연설을 위해 ‘BTS(방탄소년단)’과 미국을 방문했다. BTS가 세계청년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종전선언 제안과 BTS 춤사위는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아무래도 설익은 이벤트에 함몰된 것 같다.

민주당은 국민이 준 다수의석을 야당과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려 든다. 의회 독재(?)야말로 민주주의의 해악이다. 모처럼 여·야 협치를 위해 언론중재법 상정을 미룬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GSGG”라며 덤빌 정도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부유하게 만들 책무가 있는데 수도권 아파트 폭등은 서민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한다. 그런데도 겸허할 줄 모르고,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민심이 떠나는 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는 건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는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던 ‘대장동 개발사업’이 몇몇 특정인에게 단군이래 ‘최대 폭리’를 얻게 해 준 ‘화천대유’ 게이트에 휘말려 있다. 해명할수록 의혹만 증폭되어 가는데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국민의힘은 또 어떤가? 윤석열 후보가 등장하기 전까지 국민지지율 5%를 상회하는 후보가 없었다. 윤 후보의 등판으로 ‘정권교체’의 꿈이 꿈틀대었고, 비로소 국민의 시선이 다가왔다. 그런데 ‘고발 사주’ 프레임에 국힘 후보의 동조로 적잖이 실망하는 분위기다.

국힘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가 입당하면 ‘비단 주머니 3개를 주겠다“고 했다. 제갈공명은 오나라 책사 주유가 유비를 죽이려는 것을 알고, 오나라로 가는 유비의 호위 무사 조자룡에게 비단 주머니 3개를 주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보라”고 했다. 조자룡은 이 금낭묘계(金囊妙計)로 유비를 구했다. 그런데 막상 윤 후보가 입당하니 이 대표가 돌변(?)했다. 원희룡 후보와 이 대표와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주머니 3개는커녕 윤 후보에게 덫을 놓았다는 의혹마저 일었다. 가까스로 봉합은 되었지만, 비단 주머니는 슬그머니 증발한 것 같다.

대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공작이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은 자연스레 2002년 대선 시 ‘병풍사건(김대업 부사관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위조 녹음테이프 공개로 낙마한 사건)’을 소환했다. 조성은 제보자는 처음에는 “제보자가 아니다”고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꾸는 등 진작부터 신뢰에 금이 갔다. 게다가 언론 제보 전·후쯤 박지원 국정원장과 장시간 회동 등으로 국민의 의혹이 증폭되었다. 만약 국정원장이 관련되었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대선판에 처음 등장한 야권 지지율 1위 윤 후보. 외풍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경선은 선의의 경쟁이어야 하고, 외부의 마타도어 공세에는 함께 막아야 원팀이다. 하지만 같은 당 홍준표 후보의 언행은 도를 넘은 것 같다. 홍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처음 ‘조국수사’ 때만 해도 검찰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윤 후보에 대해 “가족 도륙을 하는 법은 없다”며, 맹비난했다. 도륙은 ‘사람이나 짐승을 참혹하게 마구 죽임’의 뜻인데 설령 역선택을 노리고 한 말이라도 너무 과한 표현이다. 더구나 정경심 교수는 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상태다. 마침내 ‘조국수홍’이라는 패러디가 생겨났다. 자업자득이다.

야권은 대선이 가까울수록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한다. 실체도 없는 ‘고발 사주’라는 희한한 고발장 하나로 공수처, 검찰, 경찰 등 전 수사기관이 달려들고 있는 판이다. 어쩌면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집권세력의 제2, 제3의 네거티브 공세와 ‘제2의 드루킹사건’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대판 노다지 화천대유 게이트, 국정원장관련 ‘제보 사주 의혹’ 등 정치판이 아수라장이다. 지금이 바로 국힘 이 대표가 ‘비단 주머니 3개’를 윤 후보에게 건네줄 때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