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만나자
마당에서 만나자
  • 승인 2021.09.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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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장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 시작된 존재다. 만남을 빼놓고 사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사람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삶을 이어가야 한다.
남녀의 만남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의 결실로 사람은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은 만남이 있었다. 부모라는 존재와의 만남이 있었고, 형제, 친척이라는 가족과의 만남도 있었다. 나아가 마을이라는 공동체와의 만남도 있었다. 이렇듯 우리 인생은 수많은 만남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 만나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알 수 있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방에서 나와서 서로 둘러앉아 얘기를 나눠야 한다. 이 사람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고, 저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떠한 갈등이 있더라도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고. 만나서 얘기 나누다 보면 오해도 풀리고, 상대방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 그 만남이 진실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 가면을 쓰고, 자기 입장만을 고수하는 만남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는 만남이 될 수도 있으니, 만남을 가질 때는 솔직하게 만나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하여 외국 여행을 못 가고 있지만 몇 해 전만 해도 필자는 1년에 여름과 겨울, 2번 정도의 해외여행을 다녔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잠자리는 언제나 호텔이다. 하루의 여행 일정이 끝이 나면 호텔 로비에서 가이드가 각자의 방을 안내해준다. 무거운 짐가방을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일행들과 약속한다. "30분 뒤 로비에서 봅시다"라고 말하고 나서는 짐을 풀고 간단히 씻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후 로비로 모인다. 그렇게 함께 모여 밤거리 구경을 나가거나 아니면 넓은 로비 한편에 모여 친목을 쌓는다. 이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더 중요하다. 함께 간 일행들과 친분을 쌓아가고 서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을 만나는 행위도 어떻게 보면 여행과 같다. 여행이 새롭고 낯선 곳으로 가듯, 사람의 만남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사람의 세계로 초대되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몇 해 전에 다녀온'차마고도 트레킹 여행'은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추억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함께 간 사람들이 좋아서 13일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저녁 함께 모여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지금도 그 인연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있다. 그런데 아 쉽게도 딱 한 팀은 우리들의 만남에 참여하지 않았다. 방에서 나오지 않아서 우리는 그 사람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아쉽다.
우리 삶에 방이 참으로 많다. 마치 방이 아주 많은 큰 호텔과 같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을 배정받는다. 그리고는 그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방에서만 생활하고 밖으로는 잘 나오려 하지 않는다. 로비로 나와서 서로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뭐가 그리 좋은 것이 있는지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른다. 서로를 모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방에서 나오지 않고 문 만 빼꼼히 열고 밖을 보게 되면 자신이 보는 세상만 존재한다. 건너편에 있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방 밖으로 나와서 상대편의 자리도 앉아보고, 조금 옆자리도 가봐야 한다. 마치 '강강술래'를 하듯 빙빙 돌아보며 타인의 입장도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종교가 마당으로 나오고, 정치권이 마당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남과 북이 마당에 나와서 서로 만나서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섭섭하고 속상한 일이 있다면, 방에만 있지 말고 마당에서 만나자. 설령 다투고 싸우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은 만나서 서로의 눈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자.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는 모두가 평등한 마당에서 이제 우리 만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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