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의 두 얼굴
아스피린의 두 얼굴
  • 승인 2021.10.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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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곽재혁 신경과
1990대 중반에 아스피린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경괘한 록 음악으로 당시에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었다. 노래 가사에는 아스피린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가사 내용이 여자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내용으로 짐작해 보아 아스피린을 두통약으로 묘사하여 제목을 정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지금도 두통이 있을 때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사서 복용하는 환자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처럼 현재까지 아스피린은 타이레놀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진통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진통제의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스피린은 진통효과도 있지만 현재는 진통제보다는 항혈소판제로 주로 사용을 한다. 항혈소판제는 혈소판의 작용을 억제하여 혈전 발생을 억제한다. 이를 이용하여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경색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에 처방을 한다.

많은 사람들도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아스피린이 심장질환과 뇌졸중 예방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에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의사의 상담 없이 무분별하게 약국에서 구입해서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 일반의약품 수입 1위 품목은 아스피린이고 최근까지도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많이 팔리는 품목 20위안에 들어갈 정도로 처방전 없이 많이 구입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중 가요의 제목으로 나올 정도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약제이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바로 출혈의 위험성이다.

며칠 전에 40대 남자가 2주간 지속된 어지럼증으로 내원하였다. 이석증이나 다른 어지럼증을 일으킬 만한 신경학적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혈액검사에서 심한 빈혈 소견을 보였다. 이 환자는 부친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는 터라 심근 경색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처방전이 없이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하고 있었다. 결국 어지럼증의 원인은 아스피린에 의한 위장관 출혈로 발생한 빈혈이였다.

최근 유럽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건강한 사람이 심장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장 질환 발생률이 비복용군에 비해서 11% 낮아졌지만 심각한 출혈의 발생률도 무려 43%나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뇌출혈이나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는 얘기이다.

2019년 미국 심장협회 가이드라인에도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복용하는 것은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건강한 사람들이 아스피린을 함부로 복용할 경우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 등의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른 기저 질환이 없이 고혈압이나 당뇨만 있는 환자가 단순히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 또한 금지한다고 권고했다. 죽상 동맥 경화의 고위험군인 경우에만 꼭 주치의와 상의를 한 후에 복용을 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스피린의 오남용 부작용은 출혈 뿐만이 아니다. 진통제를 과다복용해서 발생하는 약물 과용 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도 발생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통이나 통증이 있을 때 진통의 목적으로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구입을 한다. 하지만 한달에 15일 이상, 3개월 이상 아스피린을 포함한 진통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약물 과용 두통이 발생 할 수 있다. 진통제 금단 증상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교적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일반 의약품으로 지정을 한다. 하지만, 아스피린처럼 친숙하고 많이 알려진 일반의약품이라도 오남용이 되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병의원의 문턱이 낮다. 값싼 진료비와 주위에 조금만 둘러봐도 수많은 1,2차 병의원이 있다. 따라서, 단순 영양제를 제외하고 치료의 목적으로 일반 의약품을 한달 이상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는 꼭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부작용등주의사항을 충분히 인지한 후에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손에 쥔 이 약을 어떻게 복용 하는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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