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귀환
무사귀환
  • 승인 2021.10.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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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아들이 2021년 10월 5일 군입대를 한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1학기를 마치더니 갑자기 군대 지원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이제는 아들이 생각하고 결정하면 최대한 지지와 격려를 해 주겠다고 마음먹었기에 알겠다고 했다. 대학 입학후에 군입대를 생각할 때는 산업체로 가겠다며 학교도 3학년정도까지 하고, 자격증을 따겠다며 계획을 세웠었다.

코로나로 학교생활은 정상이 되지 않았다. 집에서 컴퓨터 화상으로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루었고, 주 1회 수요일에 대면수업을 했다. 하루를 제외하고 집에서 혼자 컴퓨터에 앉아 화상강의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게임'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학교 수업은 재미있다고 했으나, 시험 준비는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성적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군입대를 하여 '새로운 사람'이 되어 나오겠다고 지원했다고 한다.

7월쯤 친구가 학교 앞에서 원룸을 얻어 생활한다며 같이 가서 지내겠다고 하여 짐을 옮겨주었다. 생활에 필요한 주방도구들과 물품들은 각자 돈을 합해서 장만했고, 김치와 각자의 옷, 이불을 챙겨갔다. 작은 방에 냄비와 화장지와 햇반과 라면, 햄이 있었다. 끼니 메뉴를 정하고 음식재료를 사고, 요리를 해서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을 스스로가 하는 불편함이 있을테지만 부모로부터 구속을 떠나 느끼는 자유가 클 터였다. 계란값이 너무 비싸다며 둘이 말했다. 집 냉장고에 계란이 가득 들어있을 때는 비싼 줄도 모르고 먹었는데 직접 사보니 '금란'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세상 물정을 좀은 안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한 달 더 있어도 되냐고 하여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는데, 다음달에는 집에 오겠다고 했다. 집을 떠나니 집이 좋은 줄 알겠는 모양이다. 아들이 집에 없으니 엄마의 의무가 줄어든 것 같아 좋은 면도 있었는데, 다시 보니 반가웠다.

이제 20개월 동안 집을 떠난다. 국방의 의무를 잘 수행하고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만을 바란다. 아들의 빈 자리가 클 것 같아 벌써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오고 싶을 때 집에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애틋함이 크다. 추석 때 친척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군대이야기를 나누고 잘 다녀오라는 말씀도 들으니 힘도 되었다. 입대 전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고, 준비물도 챙기고,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군 입대일이 3일 앞이다. 아들은 이제 슬슬 실감이 나는가 보다. 자진해서 군입대를 결정했고, 해군에 지원을 했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제는 가기가 싫다고 한다. 미룰 수 있으면 미루고 싶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니 톡하면 된다고 한다. 얼굴을 못 보잖아 하니 영상통화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실물을 보는 것이 아니잖아 하니 면회를 오고, 휴가를 나오면 된다고 한다. 이래서 아들을 군대 보내지 않으려고 군 기피를 하려는 사람이 있나보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고 젊은 청춘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군 입대라는 국방의 의무가 작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군 가산점이 있었나보다.

군입대 기피할 의사도 없고, 그런 '빽'도 없고, 거짓말을 할 생각도 없어 아들은 군 입대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들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들을 입영장소로 배웅할 것이다. 아들을 눈 앞에 보는 순간까지는 웃겠지만, 등돌리고 아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울 것이다. 나도 그러할 것이다. 아들의 앞에서는 울지 않을 것이다. 아들도 엄마앞에서는 울지 않았으면 한다. 아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아들이 울면 더 마음 아프니까.

나의 아들이, 무사히 군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모든 아들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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