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지킬과 하이드
내 안의 지킬과 하이드
  • 여인호
  • 승인 2021.10.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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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반 영국의 에든버러에는 윌리엄 브로디(1741-1788)라는 장롱을 잘 만드는 유명한 목수가 있었다. 당시 좀도둑이 판을 치던 에든버러에서 장롱이란 귀중품을 보관하는 금고와 같은 것이었는데 특히 윌리엄 브로디의 장롱은 웃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을 만큼 품격 있고 안전한 장롱이었다고 한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시의회 의원이자 목수 길드의 대표이기도 하여 사회에서 명망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의 반듯한 얼굴 뒤에는 어둡고 사악한 면이 있었다. 바로 밝은 대낮에는 저명인사였지만 밤마다 남의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었던 거다. 그는 결국 꼬리가 잡혀 그가 만들어 시에 납품하던 교수대에서 사형을 당하는 불행한 말로를 맞는다. 이 사건은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데 바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통해서이다.

스티븐슨은 십 대에 브로디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 내면의 선과 악에 대해 영감을 얻어 소설로 쓰게 된다. 추리소설과 같이 미스테리하게 전개되어 ‘지킬의 참회록’이라는 마지막 장에서 모든 게 밝혀지는데, 참회록에는 악의 분신인 ‘하이드’에 의해 점차 잠식되고 통제력을 잃어 궁지에 몰린 지킬의 급박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하이드에 몰리던 지킬은 마지막 순간, ‘교수대에서 하이드로 죽을 것인가?’ ‘죽음으로 지킬의 모습을 지킬 것인가?’를 고뇌하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자신을 교수대의 운명에서 구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당시에도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책으로 공연으로 우리에게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그 양면성에 대해 고뇌하게 한다. 지킬은 선과 악의 간극이 큰 인물로 철저한 이중인격자였다. 빛이 크면 그늘 또한 크듯 그의 명망이 높아질수록 더 두꺼운 가면으로 자신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지위와 부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그의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원초적 본능을 통제할 수 없음이 불행의 원인이었다.

이러한 사건은 오늘날에도 빈번하다. 유명 스타들의 부도덕한 성범죄나 폭력 사건도 그렇고 가장 정의로워야 할 사람이 범죄자로 밝혀지는 사건도 많다. SBS의 간판급 아나운서의 사건을 떠올려보자. 기자로 입사해 앵커로 활약을 했고 승승장구로 승진을 해 보도본부장까지 지냈던 그가 지하철에서 여성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몰래 찍다가 발각되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그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우리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읽고 아이들은 사람이 어떻게 이중적이며 괴물과 같은 본능이 있다는 건지 다소 충격적이라고 한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관한 이론을 함께 곁들이면 더욱 흥미롭다. 그동안 복잡하고 이해되지 않았던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초등 4학년 이상, 혼자보다 함께 토론하며 읽으면 더욱 이해가 잘 되는 책이다. 훗날, 헷세의 ‘데미안’을 만날 준비가 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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