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대회로 전락한 전국체전, 피해 최소화 및 정상화 방안 마련해야
반쪽대회로 전락한 전국체전, 피해 최소화 및 정상화 방안 마련해야
  • 승인 2021.10.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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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축제’인 제102회 전국체육대회가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구미시를 비롯한 경북일원에서 열린다. 당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이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1년 순연됐다. 하지만 이번대회는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당초 규모를 축소해 대학과 일반부를 제외한 고등부 경기를 무관중 대회로 치르게 됐다.

전국체육대회는 국내에서는 가장 큰 종합대회로 그동안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게 사실이다. 1920년 전조선야구대회를 시발점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전국체육대회는 2019년 제100회 대회를 수도 서울에서 개최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되지 못하고 순연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2년여 만에 개최는 확정됐지만 사실상 반쪽 대회로 전락했다.

쟁점이 된 고교선수들의 진학 문제로 인해 고등부 대회만으로 개최는 성사됐지만 대학과 기존 실업팀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특히 실업팀은 전국체육대회 성적에 따라 연봉 협상과 재계약까지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정부당국과 대한체육회이 입장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미리 대처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했다면 반쪽 대회로 전락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일부종목이 사전 경기로 치르진 점을 감안할 때 일선에서 이 대회를 2년여 간 준비해 온 지도자와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해 대학과 일반부의 경기일정을 분산해 개최하는 방안을 시도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구나 민선체육회장 시대를 맞으며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지방 체육계가 각종 체육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행사인 전국체육대회마저 반쪽으로 전락하면서 지방체육회의 존재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는 최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암흑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 이후 민선 회장시대 출범 및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 등의 빠른 변화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엘리트스포츠의 현실은 지난 여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를 획득하는데 그쳐 당초 당초 목표치에 밑도는 성적을 거뒀다. 양궁종목의 선전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쇠락기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는 갈수록 저변이 취약해지고 일부 인기종목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인기종목의 육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전국체육대회의 축소 개최로 인한 일선 스포츠 현장의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국체육대회의 축소 개최는 경기력 측면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 경북도와 구미시 등은 이번 대회를 위해 931억 원을 들여 구미시민운동장 등 40개 경기장을 개·보수하고 구미시복합스포츠센터를 신축했다. 또 대회운영비 393억 원을 편성했다.하지만 대회가 축소됨에 따라 지출한 비용의 상당부분은 매몰비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역 숙박업 및 음식점의 피해가 막심하다. 대회참가 인원이 당초 2만6천명에서 1만 명으로 약 60% 줄어들게 되면서 이미 숙박 예약된 1만2155실 중 절반 이상이 취소되는 바람에 특수를 기대했던 숙박시설 및 및 음식업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악재 속에서 2년여 만에 어렵게 열리게 된 이번 전국체육대회가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에 미칠 영향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축소 개최를 결정한 관련기관들의 입장는 이해하지만 향후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지속적인 육성과 발전은 물론 일선 현장에서 땀 흘려 준비한 개최지 관계자들과 지도자,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해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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