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종전선언보다 민생이 먼저다
빛좋은 종전선언보다 민생이 먼저다
  • 승인 2021.10.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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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장기화 된 '자영업자쥐어짜기방역대책'으로 수많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며 온몸으로 절망하고 있는 시기에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심지어 유엔총회에서 대통령이 이와 같은 중차대한 발언을 할 때는 보통 남북 간 이야기를 끝내고 국제사회 지지를 부탁하는 것이 순서인데 북한의 반응을 보면 그런 기색이 전혀 없어서 또 한번 국민은 당황스러웠다. 마치 종전선언이 대통령 자신의 임기 말 업적 하나 추가에 열을 올리는 것 같았달까. 폭등하는 집값이 보여주는 완전히 실패한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덮으려는 정치적 치적이 필요해서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며 '정치적 선언'으로 법적 구속력이나 평화협정 체결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는 아니다. 그리고 이 종전선언은 단지 남북의 합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쟁 당사국인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임기가 6개월 남은 정부가 이런 엄청난 난제를 가진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중에 지난 달 28일에 있었던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와 남북통신연락선 복원과 냉·온탕같은 행태를 동시에 보고 있는 국민은 몹시 피로하다. 다수의 국민은 그간의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현 정부에 신뢰를 잃었다. 종전선언을 서둘러 추진하는 정부를 보며 종전선언 자체보다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집착하며 밀약 형태로 요구사항을 들어줄 것을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이런 여론을 두고 문재인정부가 종전선언이 의미 없는 단순 선언이라며 여론 잠재우기용으로 이를 강조할수록 국민의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단순 선언이라면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인지, 또 북한이 순수히 응하는 것을 보면 의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려면 종전선언에 따른 다른 부수적인 조치가 없다는 확인이 있어야 한다. 현재 청와대는 이와 관련하여 의문을 던지면 그저 '정치적 선언'이라고 앵무새처럼 답한다.
대북정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 국민적 공감과 여론 수렴이 필요한 정책이다. 북한과 관련해서 세대별 생각의 차이가 뚜렷하기도 하고 현정부의 각별한 북한사랑에 대해서 반감을 갖는 국민도 많기 때문이다. 4년간 열렬한 외사랑으로 현정부는 북한을 대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막상 국내에서는 현실적인 준비를 해 둔 것이 없다. 국내 의견수렴 절차도 없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꼭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종전선언을 위한 메커니즘이라든가 그 이후를 대비하는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장치도 딱히 없어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사안만큼은 적어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동의절차와 그에 따른 공동결의안이 나오는 정도의 공론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여야가 합의해야만 차기 정권이 어느 집권당이냐에 관계없이 이 정책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이상적인 남북상황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논의되어왔던 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면 이런 플로우는 결코 바람직하지않다. 문재인정부 임기의 남은 시간이 6개월이라서 부족한 시간을 탓하며 몇몇 사람이 모여 종전선언과 같은 큰 대북정책을 결정하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끝없는 국민여론 분열의 원인이 될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 결정 과정은 다양한 의견수렴이 기본인데 현정부와 여당은 4년 내내 이와 같은 기본정신을 망각한 것 같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며 법적으로는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하는 현정부에게 단지 북한도 이를 정치적 선언으로만 생각하는지, 이 부분이 합의가 된 것인지 묻고싶다. 종전선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는 종전선언이 되려면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인데 과연 북한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아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철수의 명분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보통의 국민은 어떻게 설득할지도 궁금하다. 필자는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저서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베트남전쟁과 관련하여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다룬 리영희선생의 논문을 언급하며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사상과 대북관에서 받은 개인적 충격이 있기에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누구보다 강한 의심과 걱정이 생긴다. 빛좋은 종전선언보다는 코로나로 끝없이 추락 중인 민생이라도 제대로 마무리 짓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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