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청춘맨숀 레지던시 입주작가 교류전 참가 ‘김아라’
수창청춘맨숀 레지던시 입주작가 교류전 참가 ‘김아라’
  • 황인옥
  • 승인 2021.10.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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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양·현대 건축물 재조합
단청 문양 반복·대칭 패턴 해체
동양과 서양 등 다른 대상 융합
1 대 1 비율·정사각형 공식 활용
조형적 균형·완벽한 비례 추구
김아라작Untitled
김아라 작 ‘Untitled’.

작가 김아라는 내적 갈등이 분출할 때 고궁이나 성곽을 찾는 버릇이 있다. 그곳에 가면 신기하게도 요동치던 마음이 잦아들곤 했다. 그를 편안함으로 이끈 것은 고건축의 처마 밑에 조성된 공포나 왕궁에 새겨진 단청의 문양이었다. 고도의 계산법으로 조성된 공포와 구조물에 새겨진 문양에서 발견되는 균형감이 안정감으로 이끌었다. 최후의 감정 찌꺼기마저 걷어낸 차갑고 기계적인 패턴들에서 안정을 찾는 것이 그에게는 차가운 물로 뜨거울 불을 잠재우는 이치와 다르지 않았다.

“고궁 단청에 새겨진 반복적인 패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이 정리되면서 평온해졌다.”

작가의 눈길이 전통 건축에 머문 것은 현대 도심의 풍경에서 받은 이질감 때문이었다. 서양 문화로부터 유입된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점철된 현대 도심의 풍경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건축은 물론이고 생활습관과 사고방식까지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고궁에서 만난 고건축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그러면서 하나의 상상을 키워갔다. “현대 건축물의 외관에 전통 문양을 뒤덮는 것은 어떨까?” 하고.

김 작가가 작업에서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조형적 안정감이다. 단청의 문양이나 고건축의 구조물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그것들에 스며있는 조형적 안정감 때문이다. 3차원 입체 작품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그가 조형적인 요소와 안정감이라는 정서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원을 따라가면 조소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이 있다. “조소를 전공해서 그런지 건축과 결부된 요소들에서 미적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작업의 단초는 단청이나 구조물에 결부된 반복, 중첩, 대칭 등의 패턴에서 얻는다. 단청의 문양이나 색감, 구조물의 구축 패턴 등을 차용한 후 해체와 재조합을 거친다. 입체 또는 평면 안에 수직, 수평의 형상들이 교차하고, 그런 과정에서 대립과 균형이 순차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단청 중에 가장 단순한 직선 형태를 이루고 있는 긋기 단청과 색 긋기가 결합한다.

“수 백 개에서 수 천 개가 반복적으로 연결된 구조물 형태나 수없이 반복된 단청의 문양에서 처연함을 발견했고, 그 질서들 속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조소를 전공해서인지 구조적인 측면이 강한 조각이나 문양에서 긍정적인 서정을 느꼈던 것 같다.”

최근에 시도한 새로운 작업은 보다 확장적이다. 작품 ‘Untitled-Connection’ 연작인데, 입체와 평면, 동양과 서양, 캔버스 틀과 고건축 속 짜맞춤 등의 만남을 시도한다. 서로 이질적인 대상들을 융합하는 데는 “공간의 확장”에 대한 열망이 있다. “서로 다른 매체나 문화적인 요소들을 결합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 매체와 매체 등을 결합시킴으로서 얻고자 하는 것은 공간의 확장이다.”

화면이나 구조를 구축할 때 ‘1 대 1 비율’, ‘정사각형’, ‘격자’라는 공식을 취한다. 이 공식들을 통해 조형적인 균형감과 완벽한 비례를 구축한다. 사실 이런 공식은 고건축이나 현대의 건축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거나 현대의 건축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축이 인간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었으며, 균형과 비례는 그들이 선택한 과학이었다.

김 작가 역시 자신의 공식을 통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추구한다. 물론 시각적인 안정감은 정서적인 안정감과 교통(交通)한다. “전통문양과 현대 건축물을 재조합해 던지려는 메시지는 전통의 보존과 확장이다. 전통이 고정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공존하며 무한히 확장해 가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김아라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수창청춘맨숀 3기 레지던시 입주작가 교류전과 성과전은 1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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