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COPQ
코로나 시대의 COPQ
  • 승인 2021.10.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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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대구시의사회 정책이사
파란 하늘 아래 화살나무가 곱게 물들어간다. 대롱대롱 달린 은행들도 노란 색으로 영글었다. '나뭇잎이 떨어져 주워보니 세월이더라.' 한 지인이 보낸 문자에서 노루 꼬리만큼 짧다는 시월을 음미한다.
날마다 울려대는 알림 문자에 아직도 순간순간 놀란다. 발생자 숫자에 놀라고 발생한 지역이 다양해서 더욱 그렇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도 코로나 때문에 확찐자가 되었다며 울상이다.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살이 불어났다면 믿지 않을 것 같아서 자신의 옛날 사진을 찾아왔다고 하며 보여주는 이도 있다. 뻥튀기 만드는 기계에 들어갔다가 나왔나? 싶게 얼굴이 달덩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 활동량은 감소하고 칼로리 섭취가 늘어난 탓이다.
날마다 몸무게가 불어 이제는 숨도 가쁠 지경이라는 한 초등학생. 코로나 놈 때문이라며 억울해한다. 태어날 때 몸무게가 너무 작어서 아이가 먹기만 하면 그 식사량에 감탄하고 먹이는데 더 열을 올렸다는 아이 부모, 이젠 먹기 전에도 볼록하게 나온 배를 보면서 한숨 쉬게 되었단다. 살과 함께 한때는 키도 쑥쑥 자라는 듯해 좋아했는데 어느 날 가슴이 아프다는 아이를 살펴보다가 가슴 멍울이 생긴듯해 달려왔다. 우리 아이가 성조숙증? 초경이라도 시작하면 어쩌지?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단다.
천고마비의 계절, 성조숙증에 대한 문의가 많다.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5년간?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아동이?43%나?증가했다.?소아 청소년과학회의 자료에는 코로나19?이후 초등학생 과체중 비율은?24.5%에서?27.7%?증가했다.
여아의 사춘기는 10세경 유방 발달로, 남아는 12세경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한다. 성조숙증은 여아 만 8세 이전, 남아 만 9세 이전에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남아 성조숙증 환아의 50% 이상은 뇌종양이나 선천성 뇌 기형, 수두증, 뇌염, 갑상샘 저하증,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 함유 약물 등으로 발생한다. 여아는 특정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 80~95%를 차지한다.
최근 사춘기 시작 연령이 빨라진 원인으로는 식습관의 서구화로 소아비만 증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노출 등이 꼽힌다. 비만은 성조숙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이 늘수록, 체지방이 늘어날수록 사춘기와 초경은 빨리 나타난다.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거나 엄마의 초경이 이른 나이에 시작했다면 자녀의 사춘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요즈음엔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인 경우가 많다. 자녀 성장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높다. '키도 경쟁력'이라 하는 이들까지 생기다 보니 자녀 성장에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는 빈도가 늘어나니 많이 발견된 것도 성조숙증 증가의 한 요인이다.
반면 여자아이의 가슴 멍울이나 남자아이의 수염 목소리 변화까지 사춘기 증세가 확연함에도 내 아이는 괜찮겠지 믿고 있다가 때를 놓쳐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성조숙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엔 평균보다 키가 작게 될 수 있다. 어릴 때는 또래보다 빨리 자라는 듯하지만, 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뼈 성장에 꼭 필요한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최종 키는 부모의 유전적인 목표 예상키보다 훨씬 작아진다.?엄마 아빠의 키 모두 평균 이상인데도 자녀의 키는 아주 작아질 수 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10~12배 더 많이 발견된다. 여아는 유방 멍울이 생기면 직접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남아는 고환이 커지는 증상으로 사춘기 증상이 처음 발현되는데 이는 전문가의 자세한 검진 없이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니 성장기에는 3~6개월에 한번이라도 아이의 키와 체중을 재고 정기적으로 신체 검진을 해보는 것이 성조숙증으로 인해 평생 마음의 짐을 남기지 않는 비결이다. 성조숙증 발견이 늦을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지고 조기 발견하여 치료하면 여러 가지 손실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방치하다가 자칫하면 아이의 키가 작게 될 뿐 아니라 마음마저 다칠 수 있으니 말이다.
COPQ(Cost of Poor Quality)는 수준 이하의 질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질 실패비용이다. 실수, 태만, 헛된 노력, 부적합한 체계, 미숙함 등을 해결하면 30%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흉부 X-ray 촬영 시 "숨 참으시고~!"하지 않아 영상이 잘못 나오면 재촬영해야 한다. 불필요한 비용이다.
코로나 시대, 삶의 질에 조금 더 집중하면 좋지 않으랴. 의심되면 바로 검사하고, 최선을 다하고, 그때그때 확인해보는 것이 COPQ를 막는 태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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