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를 위하여
교육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를 위하여
  • 승인 2021.10.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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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흥행 중이다. K-드라마, 혹은 한국 문화산업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최근 어린 아이들 역시 이를 흉내 내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꽤 걱정스러운 일이다. '

드라마의 내용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아이들의 놀이와 대부분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다 보니 금지도 애매하다. 나중에 아이들이 총 따위를 쏘는 척을 하는지, 아니면 그냥 보통의 놀이를 이어가는지 지켜봐야 할 수 밖에. 분명한 사실은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 이전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달고나 만들기'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많이 한 적은 없다는 거다. 실제로 해외의 몇몇 학교에서는 오징어 게임 속 폭력행위를 따라하면 징계를 받도록 규정을 정하기도 했다. 매체는 정말로 힘이 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최근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욕설 역시 교육적으로 돌아봐야 할 문제다. 김연경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모 제과회사의 새로운 제품 이름은 '식빵언니'다. 김 선수의 욕설에서 시작된 별명 자체를 그대로 네이밍하고 있다. 한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쓰는 지출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 '시발비용'은 모 카드회사에서 새로운 신용카드의 이름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예시와 같은 욕설 마케팅이 상품의 성공에 일련의 성과를 가져오게 된다면, 경제의 논리에서라도 이러한 행태는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경영이 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줄 영향은 고민하지 않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세'라고 할 수 있는 ESG 경영의 방침과 역행하는 모습이다. ESG 경영이란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무성(Social), 협치로서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반영하는 경영을 말한다. 더 이상 돈만 벌기 위한 경영, 제품, 사업들은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다.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사회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을 비롯한 문화 산업의 각 분야는 ESG 경영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무성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나 교육 분야는 경제활동에서 수익을 창출하기에 앞서서 이들이 분명히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그렇다고 교육을 위해서 문화산업을 비롯한 수익을 위한 생산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제한하자는 말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대책이 분명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거다. 어린 학생들에게 제한하여야 할 부분이라면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방향도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고려는 전혀 없이 '학교에서 알아서 교육하라', '부모가 알아서 교육하라', 그래서 '아이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교사나 부모 탓이다'는 식의 대응은 구시대적 경영이다. 돈만 벌기 위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경영행태다.

더불어 이들이 각자 나름의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돈만 생각하는 경제활동을 지속하지 않도록,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서비스, 제품 등을 선별적으로 택하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욕설이 가득한 제품이 잘 팔린다면야, 기업은 교육적 책무성을 무시한 경영을 계속할 뿐일 것이다.

사실 특정 드라마의 폭력적 소재, 욕설 마케팅 등이 아니더라도 각종 TV 프로그램, 영화, 대중가요 등에서 폭력이나 욕설은 아주 빈번히 등장하고, 이는 꽤나 자주,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통로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유해한 언어, 폭력적 상황 노출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단위학교 차원의 교육 강화도 중요하지만, 학교에게만 바른 언행에 대한 예방적 교육을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그래서 교육당국은 학교와 가정에 대한 올바른 학생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학생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가 함께 가지고 있는 교육적 책임을 알리는 활동,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는 경영의 촉구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하듯, 교육에 대한 책임은 사회 전체가 함께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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