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는 새들 - 새들도 자신을 가꾼다
목욕하는 새들 - 새들도 자신을 가꾼다
  • 승인 2021.10.14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 대구문인협회장
돼지들은 물웅덩이를 만나면 좋아라하고 뛰어들어 마구 뒹굽니다. 돼지들에게 그것은 목욕입니다. 몸에 붙은 여러 찌꺼기들을 모두 떼어내는 한편, 피부에 자극을 주고나면 한결 개운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또한 유전 형질로 전해져서 자신의 배설물 위에서도 마구 드러누워 뒹굽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체온 조절과 피부 손질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입니다.

따라서 돼지들에게 있어서 목욕은 즐거움입니다. “행복한 돼지는 더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진흙목욕은 돼지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그리하여 일부 축산 선진국에서는 돼지의 진흙목욕을 동물복지의 하나로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세계 돼지고기 수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세계적 돼지고기 생산국 덴마크는 2000년부터 돈사(豚舍)를 설계할 때에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진흙수렁을 마련하고, 체온 조절을 위해 샤워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돼지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짚, 건초, 나무 조각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돼지의 복지를 그만큼 배려하여 양질의 돈육(豚肉)을 생산하려는 것입니다.

덴마크는 이에 앞서 1998년에는 돼지에게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고, 사육농가에서 돼지분뇨의 4분의 3을 반드시 거름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환경 규제와 동물복지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두 말할 것 없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먹는 돼지는 과연 행복한 돼지인가?’ 하고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가 목욕을 좋아하듯이 새들도 목욕을 좋아합니다. 새들의 목욕은 물이 아니라 모래를 이용하는 이른바 사욕(沙浴)과, 바람을 이용하는 풍욕(風浴)입니다. 사욕은 새들이 피부에 붙은 벌레나 티끌을 제거하기 위해 모래를 깃털 사이로 끌여 들여 문지르는 행위이고, 풍욕은 털을 고르기 위해 털 사이로 바람을 집어넣는 행위를 말합니다.

새들은 틈만 나면 모래밭에 내려앉아 모래를 몸에 끼얹으며 털을 고릅니다. 또한 바람을 향해 날개를 크게 펴서 펄럭이기도 합니다. 이 모두는 자신을 깨끗하게 가꾸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입니다.

만약 새들이 이와 같이 자신의 몸을 잘 가꾸기 위한 행위를 소홀하게 되면 몸이 더러워지는 것은 물론 기생충에 감염되어 수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닭들은 마당 구석의 그늘 진 곳에 흙을 파고 스스로 목욕을 즐깁니다. 흙을 파 일군 다음 털 속으로 흙을 집어넣어 털 밑에 있는 피부 각질을 모조리 털어냅니다. 물론 이 때 기생충도 몰아냅니다. 그러므로 새들이 흙목욕을 즐긴 자리를 살펴보면 흰 피부각질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리도 털 밑으로 모래를 집어넣는 사욕을 즐기기도 하지만 물속에도 부지런히 털을 고릅니다. 주둥이를 털 밑으로 넣어 피부 여러 곳을 헤집으며 자극을 줍니다. 그리하여 피부도 가꾸지만 털 밑에 있는 기름샘을 자극하여 털에 기름이 흐르게 합니다, 만약 이 털 고르기를 소홀히 하면 기름이 흐르지 않아 날개가 물에 젖게 되고, 날개가 무거워지면 해엄도 칠 수 없지만 제대로 날아오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오리도 물에 빠져 죽는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동물들은 자신을 가꾸기 위해 여러 가지 방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자신을 잘 가꾸지 못하면 폐인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특히 사람은 몸과 마음을 함께 가꾸어야 합니다. 몸도 튼튼해야지만 정신도 강건해야 비로소 온전한 사회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서로 통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나 자신의 몸과 정신을 잘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