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의 명암
코로나 방역의 명암
  • 승인 2021.10.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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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호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황금빛학문외과 원장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대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죽음인 무연고 사망자가 대폭 늘었다는 내용을 얼마 전 모 신문에서 읽었다. 그 기사를 읽다 보니 20년 전 공중보건의로 경주에서 근무한 경험이 문득 떠올랐다.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하여 보건지소로 나와 진료를 받을 수 없으신 분들을 1달에 1번 정도 찾아가서 진료하고 약을 지어주었다. 어르신들은 진료 후 약을 받는 것보다 가정방문팀과 도란도란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욱 좋아했다. 말 상대가 없어 외로운 분들이기에 말벗이 필요했으리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1인 빈곤 가구에 대한 관심 부족과 그들의 경제적 상황 악화로 이어졌다. 그들을 사회·경제적으로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긴급생계·기초 수급 제도가 있으나 당사자 신청이 없으면 지원을 못 받게 되어 있고, 실제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1년 동안 500명 정도가 더 증가한 결과를 초래했다. 코로나 19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희생양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른 현상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병원 방문 절차가 까다로워지며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된 국민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후에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의 병기가 조기 위암보다 2-3기로 진행된 위암이 많이 발견되고, 대장암도 1기보다 3기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2020년 모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수술한 환자의 대장암 병기를 코로나 전과 비교해보니 대장암 1-2기는 줄어들고 진행된 암인 3기 이상의 환자가 많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예약된 죽음의 좌석이 늘어났다는 것을 뜻하고, 치료비 증가가 말하는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높아진 병원 문턱이 위대장 건강검진 감소로 이어져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위,대장 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질환의 증가로 이어진 사실이 문제이다. 2020년 사망원인 중 2위가 심장질환이다. 2010년부터 계속 증가하다가 18-19년에 잠깐 감소하였으나 2020년엔 2019년보다 2000명이나 더 많이 사망하였다. 2020년 봄 대구, 코로나 창궐로 대학병원 응급실이 연달아 폐쇄되어 구급차가 갈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 할 때가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하여 심장이 아프다는 신호를 줘도 환자가 응급실 가기를 주저하거나, 응급실 폐쇄로 응급실 병상이 부족하거나, 응급실에 가서도 코로나 검사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경우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은 OECD 중 자살률 1위의 나라다. 그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2020년 자살자 수는 전 년도에 비해서 조금 감소하였으나, 10대(9.4%), 20대(12.8%)는 증가했다. 코로나 블루, 좁아진 취업의 문, 꿈꿀 수 없는 내 집 마련 등 2019년보다 암울한 현실이 이 세상을 등지게 된 원인으로 생각된다. 올해 장기간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열악해진 경제적 사정이 자영업자를 자살의 절벽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걱정된다.

2021년 10월 현재 코로나 누적 치명률은 0.8% 정도이나 돌파감염자의 치명률은 0.3%로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 평균 2000명의 확진자가 나오지만 ‘위드(with) 코로나’를 준비하는 근거이다. 지난 13일에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논의하는 민관합동기구인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녹여내 일상회복의 청사진을 만드는 중심 역할을 하고 중대본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 간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숫자보다 가리워진 죽음이 더 많은 현실인 지금, 이제 ‘위드 코로나’로 들어가는 시점에서 위원회에서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잘 살펴 주길 바란다. 좀 더 자주, 좀 더 촘촘하게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아서 무연고 사망자가 감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래에 황천길 예약 좌석이 늘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통해 병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적극적인 건강검진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장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자영업자의 눈물이 피눈물로 바뀌지 않도록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피눈물 흘리는 국민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정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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