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상회 토마, 조강석 사진전
예술상회 토마, 조강석 사진전
  • 황인옥
  • 승인 2021.10.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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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 위 순응의 미덕 품은 돌
녹록지 않은 삶 이겨낸 사람과 동일시
담·등대 등 다양한 ‘돌구조물’ 렌즈에
조강석작
조강석 작.

돌은 환경과 불과분의 관계다. 비, 바람, 화산폭발, 태풍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거처하는 장소나 몸의 모양새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결코 녹록치 않은 운명이지만 돌이 누구를 탓하는 경우는 없다. 오직 순응 뿐이다. 사진작가 조강석의 눈길이 돌에 멈춘 것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투박한 형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돌이 가진 순응의 미덕에 있다. 그는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돌과 동고동락하며,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돌의 기나긴 순응의 시간을 사진에 담아왔다.

“돌은 모양이 신비롭고, 사람들이 어디를 옮겨 놓아도 불평 없이 받아들인다. 순응적 삶의 태도는 사람들이 능히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조 작가의 피사체는 제주 돌이다. 정확히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지표 가까이서 빠르게 굳어진 현무암으로 만든 구조물이다.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모두 척박한 환경의 산물들인데, 이 세 존재들은 생존을 위해 공존을 택했다. 제주의 돌과 제주사람들 또한 공존의 관계다.

발길에 체이는 돌을 인식하는 태도는 두 가지다. 걸림돌이거나 디딤돌이다.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대상과의 관계정립은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 제주 사람들은 후자적 태도를 취했다. 삶을 척박하게 하는 지천에 널린 현무암을 디딤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현무암으로 담을 쌓고, 등대를 만들고, 사악한 기운을 막는 방사구조물로 쌓고, 무덤의 돌담이나 석상으로 다듬었다. 조 작가는 제주 돌에 아로새겨져 있는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역사를 사진으로 더듬고 있다.

“돌은 매개다. 돌을 통해 은유하고자 하는 주제는 제주 사람들의 삶이다.”

돌 사진이 곧 제주의 자화상이라는 공식의 출발은 ‘인간’이다. 작가는 인간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보내왔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진에 매진하다 돌연 철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데는 인간을 향한 탐구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가 정작 피사체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이었다.

돌이나 폭포 등의 자연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그 대상들에서 척박한 환경이나 고통을 묵묵히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삶을 보았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 놓여진 돌의 여정과 인간의 삶은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제주 사람들의 토속적인 문화에 관심을 두는 특성상 피사체는 인간의 행위가 가해진 구조물에 집중된다. 돌로 쌓은 담이나 비석, 등대, 방사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대상을 찾는 것은 녹록치 않다. 초기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뒤져서 찾갔지만, 이제는 10여년간 제주를 찾으면서 맺어진 인연들이 소개하는 장소에 집중된다. 안타까운 것은 오래된 제주의 흔적들이 보존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닷가나 오름, 밭이나 논에 있는 돌구조물들을 어렵게 촬영하는 것은 제주의 삶이나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돌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간혹 칼라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류는 흑백이다. 작가는 “돌인지 흑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색과 모양 그리고 질감이 독특한 제주의 현무암과 바람이 많은 제주 특유의 공기를 담아내기에 흑백이 제격”이라고 했다. 제주의 변화무쌍한 기후는 인화 과정에서 흑백으로 보완된다. 디지털 카메라로 활영한 후 인화 과정에서 최대한 그가 현장에서 본 느낌을 살려내는 것. “최대 7~8번 인화하는 경우도 있다. 최대한 첫 느낌을 살려내기 위해서다.”

이제는 제주의 돌을 보면 제주 사람들의 애환을 볼 수 있을 정도는 됐다. 그만큼 제주와 제주 사람에 대한 공부가 깊어졌다. 하지만 작가의 제주돌을 통한 제주 사람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직 제주돌을 통해 담아내고 싶은 것이 많다. 제주 돌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조강석 사진전은 예술상회 토마에서 21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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