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예술의 경계, 새 창작 가능성 열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 새 창작 가능성 열다
  • 황인옥
  • 승인 2021.10.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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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개인전 ‘안티프래질’
전선·밧줄 꼬아 의자·벤치 제작
형태는 단순한데 재료는 상식밖
작품인지 용품인지 분명치 않아
“반복작업의 다양한 가능성
무한한 응원을 받는 것 같아”
이광호작-Antifragile
이광호 작 ‘Antifragile’

전선이나 밧줄을 매듭으로 꼬아 사각형태의 의자를 만들거나 금속에 옻칠을 하거나 각기 다른 패턴의 대리석을 이어붙여 기다란 벤치를 만든다. 작품의 형태와 용도는 단순명료한데 재료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의자나 벤치라는 쓰임을 명료화한 디자인과 관람객이 의자위에 앉아 볼 수 있어 예술작품인지 생활용품인지 분명하지 않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열어젖힌 이광호 작가의 작품세계다.

이광호 개인전 ‘안티프래질(Antifragile)’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후 두 번째이자 대구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매듭으로 만든 의자나 적동과 칠보를 사용한 금속 연작 등 30여점을 소개한다.

이광호 작품의 핵심은 새로운 재료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특유의 기법인 짜기 기법을 손이라는 단순노동을 통해 재료와 형태를 재해석한다는 것이다. 단순 노동집약적인 작품 제작 기법의 근원적인 바탕을 파고들면 그의 가족이 있다. 유년 시절 그는 “농사짓는 조부모의 시골 농장에서 자라면서 주변 다양한 재료들이 도구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익숙하게 익혔고, ‘짜기 기법’으로 알려진 독특한 기법은 어머니의 뜨개질에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광호는 시작과 끝맺음의 매듭 행위를 통해 상상력과 공간과의 조화 등을 끊임없이 고려하여 최종 형태를 구체화 시키는데 탁월성을 보여왔다. 작업의 시작은 드로잉에서부터 출발하지만 모든 과정이 유기적이며 섬세해서 종종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광호 특유의 작품세계를 흩트리는 경우는 드물다. 단순명료한 형태와 대비되는 강렬한 재료와 제작기법은 그의 작품을 비범하게 하는 지점이자 다른 작가와 그를 극명한 차별화로 이끄는 강점이다.

전시 부제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로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창안한 용어이다. 그는 블랙스완 현상(매우 예외적이고 놀랍지만, 발생했을 때 파급력이 큰 사건을 의미하는 경제적 용어)에 대한 해독제로 안티프래질 개념을 만들고 불확실성, 무작위성, 가변성, 무질서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예측이 어려워진 현시대의 상황이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을 통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하는 것에 주목하였는데 바로 이 지점이 이광호 작가의 생각과 맞닿은 부분이다. 작가는 “불확실한 개념이 오히려 행복한 무질서 분류의 공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개념을 통해 반복 작업에서 오는 다양하고 폭넓은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응원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 특유의 유연함이 묻어난다.

2층 전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자유롭게 놓여져 있는데 마치 작가의 머리 속에 등장하는 재미난 상상력이 갤러리 공간에 풀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각자의 생각을 다양하게 교감할 수 있다.

구체적 형태를 갖춘 작업들이 2층을 구성하고 있다면 지하1층은 보다 자유롭고 유연해진 작가의 생각이 현실화 되어 있다. 원래 작가가 즐겨 쓰던 소재들이지만 “공간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시도로 접근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잘 알려진 스툴 형태의 Obsession series와 함께 어우러져 끊임없이 변형되고 발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이광호는 홍익대 금속 조형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올해의 젊은예술가상 등 다양한 국내외 수상 경력과 함께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또한 몬트리올 장식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홍콩 M+ 미술관 등의 해외 미술관뿐만 아니라 리움, 대구미술관 등 국내 미술관에도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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