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청년 여성의 ‘우울’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청년 여성의 ‘우울’
  • 승인 2021.10.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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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커넬글로벌대학원 교수·시인·문학박사
"요즘 상담이 참 많아졌어요. 숨 돌릴 틈이 없어요." 동료 교수의 말이지만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마음 건강 프로그램'들이 상·하반기 모두 소진되는 일이 전국 지자체마다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코로나가 발생한 전년도에 견주어 어려운 예산에도 비슷하거나 다소 확대되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내창이 열리자마자 과정들은 조기 매진이다. 이런 현실이 딜갑지만은 않다. 사회 전반에 드리운 우울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우울'의 일반적 의미는 마음이 답답하거나 근심스러워 활기가 부족한 정황의 표현이다. 우울한 기분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에서는 우울증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상태의 경중에 따라서는 치료가 필요함을 제안한다. '우울'증세가 잦아지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생활의 질을 수직하락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우울증'특히'중증의 우울증'은 질병으로 분류된다. 우울증'의 판단에는 우울감'과'슬픔'사이를 구분하고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단순한 우울감이나 슬픈 느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시적인'우울감'은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우울증'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르고, 방치할수록 증세가 악화되고 심각한 경우 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해'의 사전적 의미는'스스로 다치게 하다'이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날카로운 도구로 몸에 상처를 내거나, 고의적으로 화상을 입히거나, 약물 남용 등으로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자해'가 목숨을 위협하지 않은 경우라 해도 날카로운 도구들이 지나간 상처와 자국은 지위지지 않고 주변으로의 감염 등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다. 그 상처는 시간에 따라 아물기는 하지만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일상 생활 주변을 떠나지 않게 된다. 그뿐 아니라 '자해'는 자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경우는 당사자의 삶을 피폐하게 마감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주목해야 한다.

요즈음 한국사회에서 '자해'는 긴급 상황이 아니라, 일상적 상황이라 할 만큼 자주,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자해'에 대한 공개 내용을 보면, 올해 상반기 20대가 자해 등을 통해 상담치료를 받게 된 사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약2.4배 증가했다. 특히 그 전과 다른 현상은 20대 여성의 '자해'와 '자살 시도율'이다. 2019년보다 2020년에 20대 여성 청년의 자살 시도율이 4배 늘어났다는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의 발표는 일대 파란이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왜 유독 20대 여성 청년일까? 다양한 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분석했다. '20대 여성이라는 세대적 특징', '코로나로 인한 대화 부족과 갈등 해소의 장애', '특정 성별의 성격유형' 등 다양한 접근이 있었지만, 뜻밖에도 통계청 고용동향 지표에서도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실업률이 증가한 고용동향의 그룹이 20대 여성이었다. 실업률과 자살 시도율 증가 폭을 비교해보면 거의 비슷한 결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면 20대 여성이 특별한 세대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쉽게 자살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한 첫 번째 희생양이 여성인 것이다. 생활의 안전망인 경제적, 환경적 요인의 붕괴로 인한 삶의 질에 따른 균열세대가 여성이며, 따라서 20대 여성의 자살 시도율 동반 증가 요인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20대 여성 세대에 뒤이어질 세대를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0대 여성의'극단적 시도'는 도미노 현상의 시작될 수 있다. 정밀하게 배열하여 세워둔 골패에서 맨 처음 것이 쓰러지면 순서대로 와르르 전부 무너지듯 20대 여성의 높은 자해율은'첫 번째 골패'일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청년들의 정신건강 위기 앞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나약하다', '알아서 극복해라','장년이나 노년인 우리가 더 힘들다'라고 방관할 때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20대 청년 여성은 물론, 청소년, 장년, 노년 등으로 위기의 도미노 골패는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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