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유네스코 네트워크 뮤직 페스티벌
[문화칼럼] 유네스코 네트워크 뮤직 페스티벌
  • 승인 2021.10.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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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에 가입한지 만으로 4년이 되었다. 통영에 이어 대구가 연이어 가입할 수 있으리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한 번에 성공했다. 대구는 "현제명, 박태준 등 1세대 음악인들로 인해 그 어느 도시보다 서양음악을 빨리 받아들였다. 6.25 전쟁의 와중에도 도심에는 서양 고전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멜로디가 흐르는 도시 사업, 그리고 봄 뮤지컬·가을 오페라 등 수 많은 음악축제가 끊이지 않는 도시" 등이 그 이유였다.

음악창의도시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전통의 보존과 계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도시마다 가입 사유에 대한 코멘트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주요요인 대부분은 그 도시의 풍부한 저변과 더불어 전통을 잘 지키고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대구로 눈길을 돌리면, 지금 진행 되고 있는 오페라축제,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그리고 뮤지컬축제 등도 시민들께서 사랑하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 도시의 예술적 균형 차원에서 바라보았을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그렇다면 음악창의도시다운, 미래의 음악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다. 국악의 전통과, 도시 간 교류를 통한 동시대성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네스코 네트워크 뮤직 페스티벌은 이러한 의지를 담은 음악축제다.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Art Maker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하는 문화예술회관에서 당연히 해내야 하는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을 전통답게 하는 작업만큼이나 동시대성을 담기위한 노력 요구된다. 두 가지를 함께 해나가기 위해 이 페스티벌을 만들게 되었다. 이런 시간의 축적을 통하여 메이드 인 코리아 음악의 정체성을 찾는 길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0여개나 된다. 첫날에는 이 중 종묘제례악·판소리·처용무·가곡·줄타기·농악을 한다. 그러니까 악(樂)·가(歌)·무(舞)가 골고루 나온다. 시립국악단의 최고수들이 총 출동한다. 그리고 아마 실내 공연장에서 줄타기는 쉬 보지 못할 진풍경일 것이다.
#2. 둘째 날에는 창의도시간의 인적 교류가 힘드니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다. 같은 음악창의도시인 독일의 하노버, 만하임 그리고 통영과 대구의 신·구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각각의 색채를 드러낸다. 이들의 면면은 대단하다. 작곡가 진규영이 예술 감독을 맡아 심혈을 기울여 라인업을 짰다.
#3. 셋째 날은 '바람의 노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와서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금방알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국악 연주 단체이자 월드뮤직그룹인 김주홍과 노름마치 그리고 한국에 체류 중인 몽골의 대표적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노름마치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그쪽음악인들과 함께 작업을 했었다. 그 결과물로 국립극장에서 한 공연을 나는 우연히 접했다. 그리고 그때 출연한 몽골음악인을 몽골의 초원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참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아무튼 이날은 바람의 소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으라 생각한다.
#4. 혹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라는 동요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이자람이라는 꼬마가 부른 동요다. 그 아이가 자라서 천재 국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마도이자람밴드'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국악인으로만 한정짓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는 소리꾼이자 창작의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싱어송라이터다. 10여 년 전 이자람의 판소리'사천가'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일인 다역인데 들으면 안다. 천재라는 것을. 넷째 날에는 이자람이 헤밍웨이 소설을 텍스트로 새롭게 창작한 판소리'노인과 바다'가 펼쳐진다. 대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5. 마지막 날인 다섯 째 날에는 박범훈의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흔히들 레전드라는 말을 쓰는데 박범훈이야 말로 국악계의 레전드다. 딱 이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의 작품으로만 마련된 레퍼토리를 대구시립국악단이 연주한다. 물론 작곡자가 직접 지휘한다. 이번에 짧게 박범훈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누구보다 국악의 나아갈 길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해결 방안까지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진면목과 대구시립국악단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악과 창의도시들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한마당을 통해서 서로의 음악적 미래를 탐구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창의도시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는 도시간의 교류는 서로의 예술적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동력이 될 것이다. 닷새 동안 펼쳐질 잔치가, 앞으로 지역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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