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정치
의료와 정치
  • 승인 2021.10.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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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효성병원 소아청소년과 대구시 의사회 공보이사
뉴스를 보면 코로나19와 대선에 관한 것이 대다수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코로나19 기세가 여전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지친 민심을 고려해서인지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서두르는 눈치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의료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의견은 배제된 채 과학방역이 아닌 정치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방역 전문가가 아니지만,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사로서 ‘위드 코로나’를 위해선 언제든지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의 확보 여부, 폭발적 환자 증가에 대한 대비책 등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는 방역 정책을 ‘확진자 억제 중심’에서 ‘중환자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및 분야별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코로나19 일상회복 준비 위원회’를 열었다. 공동 목표를 위해 민관이 함께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방역 기준을 세우고 정책 방향을 정하는데 의료전문가 이외의 의견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또한 방역체계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국민의 70% 이상 접종 완료를 제시하고 있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기준이 의미 있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정책이 시행되면 재택치료환자뿐만 아니라 중환자가 증가할 것이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지금까지 감염병 전담병원 의료진 피로도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게다가 이들은 일반 환자의 치료도 병행하고 있어 사면초가인 현재 상황에서 폭증 환자에 대한 관리 및 치료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론 일정 환자 수가 넘으면 방역 강화를 하겠지만, 백신과 치료제, 그리고 치료시설 및 의료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지금 서둘러 시행할 정책인지 재고(再考)해봐야 한다. 얼마 전 재택치료 환자가 병원 이송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비대면 진료의 한계와 위험성을 되짚어 보고, 환자 이송 및 연락체계의 보완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반증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선 후보 검증의 경우 정책 논쟁보다는 스캔들이나 비리에 보도가 집중되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 물론 대통령 후보의 자격 검증이 충분히 되는 것에 이견은 없지만, 뽑을 후보가 없어 조금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국민들은 좌절하고 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대 신설과 관련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의협과의 협의가 지지부진하니 공공의대 신설을 강행하자’는 소위 ‘의협 패싱’ 발언과 함께 비대면 진료 관련 입법 발의를 하는 등, 2020년 9월 4일에 합의해 발표한 ‘의당(의협-더불어민주당) 및 의정(의협-보건복지부) 합의’를 1년 만에 뒤집는 행태를 보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어기는 국회의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뿐이다.

지도자나 정치인의 역할은 명확하다. 국가발전과 국민 안녕을 위해 법과 정책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나 불신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지도자나 정치인은 의사와 국민 사이의 불신을 조장하고, 의료 직역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의료법과 정책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의료법과 정책 시행에 있어 주요 역할을 하는 의료계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패싱하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의료는 국민건강과 직결되고,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의료 문제가 전쟁과 같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지도자나 정치인은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국민과 의사, 의료계 내의 직역 간 갈등 없이 서로 힘을 합쳐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의료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의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지도자나 정치인이 우리 곁에 있어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시대가 하루빨리 우리에게 다가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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