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인이 당신에게 길을 물어본다면
뇌성마비 장애인이 당신에게 길을 물어본다면
  • 승인 2021.11.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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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나이가 들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가장 확연히 느낄 때가 지하철 계단을 올라갈 때다. 비장애인인 필자도 신체 노화가 힘겨운데 장애인은 어떨까를 생각하면 가끔 숨이 턱 막힌다. 반월당 지하상가를 가보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유독 장애인이 다른 번화가보다 많은 것이 인상 깊었는데 이유를 생각해보면 참 슬프다. 반월당역은 환승역답게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가 필수인데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이 힘겨운 노약자에게는 훌륭한 편의시설이지만 사실 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월당 지하상가에 촘촘히 들어서 있는 점포들은 지하상가의 특성상 일반 상가와 비교하여 계단이나 입구의 문턱이 일반 거의 없고 출입문 역시 없는 곳이 많아서 손발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이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하기 비교적 용이하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반월당 지하상가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장애인의 날도 아닌데 갑자기 장애인에 대한 칼럼이 의아할 수 있는데 사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평소에 얼마나 배려하며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저 장애인의 날이나 패럴림픽 기간에 장애인의 힘겨운 삶에 위로를 보내고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부끄럽지만 필자 역시 자원봉사를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남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24시간이 있는 것처럼 장애인에게도 일상은 늘 연속이고 우리에게 작은 걸림돌은 그들에게 큰 바위와 같을 것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뇌성마비 장애인이 길을 물어본다면'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정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서울의 한 번화가에서 은행을 묻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촬영한 영상으로 일종의 사회적 실험인데 수십 명의 행인은 그냥 지나쳐가고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 들려도 안들리는 것처럼 무시하고 심지어 욕설을 뱉는 행인도 있었다. 사회 전반에 온갖 혐오가 만연하고 가장 쉬운 혐오는 약자혐오이니 장애인은 가장 쉬운 타겟이 된다는 것을 이전부터 알았지만 너무 생생하게 영상으로 목격하고 나니 속이 불편했다. 뇌성마비로 인해 발음이 불명확한 것에 더해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 당연히 소통은 더 어렵다. 그래도 도와주려는 시민의 모습도 함께 나오고 같이 가 줄 수 있냐는 장애인의 말에 흔쾌히 그러자고, 천천히 가자는 행인을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자성과 그 시민에 대한 고마움이 뒤섞여 한참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동정심을 유발할 뿐 제대로 된 정보전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관점에서 이런 실험카메라를 반대하는 종사자나 장애인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방식이라도 일깨워주는 것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사회복지사가 업무 자체가 힘든 것보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무지가 공포로 이어지고 냉담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괴롭다고 했다. 지금은 비장애인인 우리도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우리 사회가 바뀔 것이라며, 사고는 그 누구도 마음대로 피할 수 없고 대한민국은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했다. 경제 수준에 비해 의식 수준은 아직 한참 뒤쳐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다른 부분은 몰라도 장애인과 관련한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건비 절감과 코로나 언택트시대라는 시류와 맞물려 무인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일전에 인건비 절감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마다 설치된 자동주문기기인 키오스크를 다루지 못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키오스크 이용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인점포는 말할 것도 없다. 상주직원이 없는 무인점포 특성상 동선 파악부터 물건 고르기까지 모두 시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시각장애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유인 점포를 이용하면 되지..."하는 편협한 생각보다 하나씩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기술의 발달로 누군가에게는 더 편하게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점점 세상과 완전하게 단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마침 대구를 고부가가치 로봇 산업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대구형 일자리 상생협약으로 로봇산업 육성이 본격화된다고 한다. 일상을 편리하게 해줄 다양한 모빌리티 개발은 물론 장애인에게 더 넓고 밝은 세상의 창구를 열어줄 ai를 활용한 스마트로봇 개발로 대구 경제가 한층 더 탄탄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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