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몰래
조용조용 앓고 싶다
고운 眉間 행여
그림자 드리울까
착하디 착한 마음
작은 근심 자라날까
홀로 새길 슬픔
꿈결 같은 오랜 아픔
밤새 내린 서리
눈 시린 순백처럼
그 사람 몰래
간직하고 싶은 기쁨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호: 霜葉.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제목에서 주는 소심함이란 것은 애초에 ‘첫사랑’의 시작에서 나온 것이다. 첫사랑이라고 하기엔 시인은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얼굴을 보면서도 다가서지 못하고, 고백하지 못한 것을 넘어서서 상대의 아픔과 힘든 일 까지도 혼자 다 맡아버리고 싶은 절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를 읽으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것은 얼마나 잔인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지, 얼마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게 하는지 그 한계를 알 수가 없다. 한 사람을 놓았다 쥐었다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