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에서 보게 된 우리의 민낯 또는 희망
오징어게임에서 보게 된 우리의 민낯 또는 희망
  • 승인 2021.11.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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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욱 대구광역시아동복지협회 회장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개봉되어 최근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빚에 쫓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뛰어든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면서 전개되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치밀하게 설계된 여러 가지 재치와 풍자, 그리고 배우들의 열정어린 연기, 독특한 영상미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힘든 세계인에게 많은 공감과 재미를 주고 있다.

벨기에의 언론 De Standaard 10월 1일자에서는 ‘오징어 게임’은 극도로 경쟁적, 자본주의적이며, 구조화된, 사회적 지위가 고착된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하는 등 다양하고 심도 깊은 분석들과 패러디가 세계의 SNS와 언론들에 의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석들을 살펴보면, 처음에 오징어게임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나오는 딱지치기에서 공유는 몸으로 때우시면 된다며 앞으로 폭력의 정당화를 암시하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의 적응이 전쟁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탈락은 곧 죽음을 통해 상징한다. 또한, 게임 참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다수결 투표는 그 전에 쏟아져 채워지는 돈들로 인해 인간 군상들의 군중심리를 자극하며 민주적 절차와 인간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하는 등 현대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인다.

그러면, 오징어게임이 우리사회에 주는 메시지, 아니 우리가 똑바로 바라봐야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은 주인공 성기훈처럼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오징어게임은 외신 보도처럼 그저 한국의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드라마인가? 그러한 드라마에 전 세계인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는가?

여기에서 감독이 버리지 않은 희망, 우리에게 바란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며, 사회복지의 근본이 되는 인간 존중, 즉 홍익인간의 정신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고, 음침하며 폭력적인 드라마인 것은 맞지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외국인노동자 압둘 알리가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성기훈을 잡고 버티며 살려준 장면, 주인공 성기훈이 최약체 오일남 어르신과 연약해 보이는 여자인 강새벽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팀 구성원으로 챙기는 것, 마지막 결승에서는 후배 조상우를 패배시키지 않고 게임의 승리는 포기하는 모습은 결국 감독이 바란 것이 끝끝내 바보스럽게 보일 정도로 보인 인간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대1 구슬치기에서 한 사람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인 강새벽에게 지영이 과거의 아픔을 담담히 고백하고는 삶을 양보한 장면 등이 오징어게임이 현대사회에 주는 교훈이다.

특히 이 세상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함을 지향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오징어게임은 시작부터 안타까움의 극치이다. 일선 주민행정복지센터 담당자는 기초생활 수급권이나 의료급여,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비극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파하며 보았을 것이며, 중독 관련 기관 담당자는 도박 중독 등에 관련한 상담과 서비스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와 여러분의 곁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고 그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물론 꽤 많은 분들이 어려운 분들을 돕고 계셔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 유지된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분명히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직결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보이는 우리나라는 다소 과장이 되었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며,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인명을 경시하며 돈의 노예가 되어있는지, 이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자본주의와 경쟁이 얼마나 많은 폐해가 있는지 간접적으로 인식시키기 때문에 긍정적이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보다 인간적이며 연민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오징어게임 같은 잔인한 현실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구 시민들이 우리 주변의 이웃을 따뜻한 눈과 손길로 살핀다면 주인공 성기훈처럼 끝끝내 이 세상을 살만하게 바꾸리라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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