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규제의 명암
행정규제의 명암
  • 승인 2021.11.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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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지금 젊은 세대는 좀 다른 것 같지만 한국인들은 좋든 싫든 국가정책에 순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 왔던 것 같다.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시나브로 국·공립을 사립보다 우선시하는 의식이 잠재하고 있다. 유치원도 공립을 찾고 대학도 국립을 선호한다. 많은 국·공립 기관들이 건재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주는 신뢰성, 안정성, 경제적 수혜 같은 것 때문이다.

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엇비슷하다. 국민적 자유사상, 시장경제의 끝없는 변화는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 형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초래하였다. 국민들은 국가의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납세의 의무와 수혜의 권리를 동일시 하게 되었고 국가는 국민의 삶에 양질의 서비스를 주는 공급자요 국민은 서비스의 수요자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자유시장주의 경제체제가 확대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커짐으로써 국민들의 사회적 욕구는 국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인·민간·기업 등 사적 분야로 이전되고 양질의 서비스를 찾으려는 의식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말하자면 공·사 구별 없이 서비스를 잘 해 주는 쪽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로 국가는 민간부문과 겨루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입장에 서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는 국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발전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민이 바라는 서비스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택문제를 예로 든다. 정부가 산하 공기업인 한국주택토지공사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주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민간이 건설하는 주택을 선택한다. 국가와 민간분야 간의 경쟁에서 민간이 우수성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공기업이 적자투성인 것을 보면 더 확실해 진다. 국가는 공권력으로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생산하려는 의도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정법을 바탕으로 행정력을 동원하여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한다.

공기업의 특성상 공적 이익추구는 없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권력으로 미개발 지역의 사유지를 헐값에 사들여 길 내고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등 주변환경을 싹 바꾸어 비싼 가격으로 팔거나 단독 또는 민간과 합작하여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등 이익추구에 몰두한다, 공공기관이 행정규제·비규제 방법으로 장사를 하는 격이다. 이런 틈새에서 대장동 사건과 같은 토지 건축 비리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행정규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공공의 이익을 말하지만 오로지 정부의 정책을 관철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법규의 범위 안에서 행해 지지만 행정의 부당행위가 빈번하다. 공공의 탈을 쓴 규제·비규제정책이 국민들에게 해독을 끼치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대장동 사건에서 공공기관이 주택사업을 하면서 편의적 행정권 남용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에 대한 공적기관의 해악성을 엿볼 수 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여당의 대선 후보자가 규제·비규제 행정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재난지원추가금으로 국민 1인당 30~50만원을 주자는 주장을 한다. 법적 권한 없는 정치인이 여당의 대선후보자라고 해서 선거를 앞두고 국민 세금을 맘대로 쓰자고 하는 것이 온당한지 모르겠다. 여기에 여당 대표는 세수가 10조원이 늘었다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다.

얼마 전 코로나 위로금이라면서 국민당 25만원씩을 풀더니 선거를 앞두고 돈으로 국민들의 표를 사겠다니 이 같은 정치적 미개 나라가 또 있을까. 가까스로 얻은 선진국이라는 칭호가 부끄럽다. 여당 후보는 또 일산대교 통행 무료화, 음식점허가 총량제, 주4일제 근무 같은 포퓰리즘에 가까운 발언을 예사로 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치를 본다. 행정규제·비규제를 분별없이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이 권력자가 되면 정치·행정이 독선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

나라빚이 1천조를 넘는다고 하는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 세간에서는 국민들이 빚 갚을 후손 걱정을 한다. 위드코로나로 억눌린 국민들이 기지개를 펴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판도에도 놀라운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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