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해가 수줍은 듯 숨고
캘린더의 첫 장에서
일 년이 시동 걸며
작년과 금년의 구별 없이
밥상 앞의 동작이 똑같다
몇 십 년 함께 한 어머님이
작년과 다름없는 반찬으로
아침을 챙겨주시고
일 년을 늙어 버렸을 것이다
별 다름 없는 거리에 나서며
새해를 되 뇌이지만
추위는 작년을 놓치지 않고
시린 몸짓으로 첫날을 희롱하려나 보다
산책로 가로수 위에
까치울음이 소란스러워도
기분 좋은 까닭으로 새겨들었다
반가운 소식만큼
넉넉한 기쁨으로 가득하길
걷는 내내 속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새해 첫날
구름 속 수줍은 햇살처럼
다소곳이 곱게 다가선 너를
기꺼이 동반자로 함께 하련다
너를 사랑 한 만큼
매년 늙어가는 부모님
나를 닮은 후손들을 위해
살아가는 얘기를 아름답게 꾸려야겠다.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 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새해맞이를 조용히 표현한 글을 보면서, 시인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를 함께 듣는 듯한 생각을 할 만큼 고요한 글이다. 왁자하지 않고, 작년과 새해 아침의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을 인정하고 반추하면서 시인의 현실을 곱게 둘러보는 시선은 원숙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산책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덕담을 하고 축원하는 모습은 다음 새해에 배워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떠들썩한 언행으로 한 해를 보내는 의식을 하고, 새해맞이를 하는 사람들이 지향하여야 할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