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렇구나, 그랬구나
  • 여인호
  • 승인 2021.11.08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친구가 그렇고, 가족도 일도 그렇습니다. 당장 급하고 크게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느라 정말 가치 있는 것을 놓치고 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잠시 멈춰 새로운 시선으로 새롭게 되살펴 보는 시간을 가져도 될 텐데 말입니다.

깊고 푸른 인생의 바다, 저마다 사는 이유와 사연이 다르고 삶을 지탱하는 가치나 원칙 또한 다르기에 자신만의 자세와 방식으로 열심히 노를 저으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도 흐르고 햇살 조각도 떠다니며 가끔은 하늘을 나는 새들이 날갯짓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다가 늘 잔잔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휘몰아치는 폭풍으로 몸살을 앓기도 하듯이 인생도 그렇습니다. 원치 않는 감정이 그림자처럼 들러붙어 내면의 감정을 온통 잠식해 옴짝 못할 절망의 순간과 맞닥뜨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을 가만히 내려놓고 절망의 민낯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마주해야 할 때임을 알아차리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묻고 기다린다는 것은 초조하고 힘겨운 고통의 시간입니다.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시간은 가만히 멈춰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을 헤아리고 사연을 살피며 덤덤한 듯 바지런하게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가는 또 다른 새로움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들이 폭풍처럼 휘몰아 올지라도 입술을 닫고 생각의 문을 열어 깊이 기다려 보면매듭이 술술 풀어지듯 맺힌 사연들이 헤아려지는 평안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강영란 작가의 글이 생각 그물 속으로 걸러져 옵니다.

‘니 속 아프먼 넘도 그만허니 아픔서 살 것이다 생각해라./(중략) 니가 심들먼 넘들도 그만 헐것이다 생각해라./(중략) 좋은 일만 있는 집은 Ÿ졍것이여. 다 그러고 그러고 사는 것이여/(중략) 나 아픈 줄만 아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 설움만 아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중략) 니 보담 안 귀헌 사람 Ÿ졀 니 보담 못난 사람 Ÿ졍것을 맹심해라./(중략) 인연 소중허게 생각해라. 소중한 인연 허투루 보내지 마라.’

내 마음이 다른 이들의 마음에 꼭 들 수 없듯이 내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귀에 들리는 말들도 어찌 다 좋게만 들리겠습니까. 내 말도 더러는 다른 이의 귀에 거슬리게 들릴 텐데 말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그렇구나, 그랬구나’ 여기며 조급하지 않고 팍팍하지 않게 조금은 허술한 듯 오늘 하루 헐렁헐렁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배은희 대구도림초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