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문화·산업융합도시로 비상(飛翔)하다
경주, 문화·산업융합도시로 비상(飛翔)하다
  • 승인 2021.11.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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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경주는 '천년문화의 도시'이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만 해도 불국사·석굴암, 경주역사문화지구, 양동마을, 옥산서원 4곳이다. 남산, 반월성, 대릉원, 황룡사지 등으로 이어지는 경주역사문화지구는 문화재의 보물창고와 다름없다. 부서진 기왓장 한 장에도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경주는 그동안 문화역사자산에 안주한 채 정적인 도시로 머물렀다. 이로 인해 80년대 이전만 해도 수학여행 버스가 줄지어 오던 경주가 관광객은 급감했고, 도심은 낙후되었다. 문화자산만으로는 현대인의 문화관광 수요 충족에 한계점이 노정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21세기를 맞는 문화관광 비전과 콘텐츠가 부족했다.

이제 문화관광 진흥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한 때이다. 현대인의 시선을 잡으려면 문화와 서비스, 문화와 IT, 문화와 비즈니스 등 문화·산업융합정책으로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문화자산 외에도 시야를 넓히면 경주가 세계의 중심도시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1인당 GRDP 1위인 울산광역시와 철강산업의 메카 포항시가 연접해 있다. 경주가 발전할 수 있는 지형을 갖춘 셈이다. 이미 미래형자동부품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다 첨단 소형원자로(SMR)를 개발할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과 신약개발, 암치료, IT, 우주산업 기술 등을 연구하는 양성자과학연구단이 들어서 있다. 산야에 즐비한 수천 점이 넘는 천년 문화유산과 첨단기술산업과의 융합은 경주가 세계적인 문화·산업 융합도시로 비상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주낙영 경주시장은 관련기관과 시민의 지혜를 모아 사방에 널려 있는 문화유산의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콘텐츠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문화·산업의 융합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현시키는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6:1의 경쟁을 뚫고 최종 선정됐다.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 사업의 특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경주역사문화지구'의 대릉원과 중심상권을 접목함으로써 문화관광의 소비자 니즈(needs)를 충족시키면서 낙후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1석 2조의 효과가 예상된다. 옛 신라는 왕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특색이 있다. 경주시가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문화유산과 도심개발에 주안점을 둔 정책이 시민으로부터 호응을 받는 이유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쇠퇴하고 있는 구도심 상권을 '상권 활성화 구역'으로 지정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경주시는 이 사업에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8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의 주요 컨셉은 경주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대릉원 황리단길과 구 상권인 금리단길을 연계하여 '황금거리'를 조성함으로써 관광과 먹거리, 쇼핑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사업은 천년의 빛과 신라 맛 길을 담은 '신라의 거리' 스마트커머스 등 스마트 상권조성, 빈 점포를 청년 창업공간으로 제공하는 '신라의 청춘', 상권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한 '신라의 연합' 등 4개 주제로 추진된다. 경주시는 이 사업이 완성되면 구도심의 활력을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100억 원의 매출 신장과 7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문화·산업융합도시로 비상(飛翔)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만큼 경주는 발전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천년왕국의 문화와 혼이 금빛으로 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무형의 자산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게다가 도시경쟁력이나 국가 경쟁력도 단순가치로 셈하던 시대가 지났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문화콘텐츠가 경쟁력이다.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산업간 연계와 융합의 능력이라고들 한다. 떠난 수학여행단이 다시 경주에 오게 하려면 문화와 청소년 니즈가 접목될 수 있는 문화관광 콘텐츠개발 외에 방도가 없다. 현대인은 '볼거리' 하나로 만족하지 않고, 먹거리, 놀거리, 힐링 등 다양성을 추구한다. '위드 코로나시대'. 멈칫하는 외국 관광의 틈새를 경주관광으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 모른다. 경주시가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지정받은 것은 문화와 상업의 융합콘텐츠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2025년 APEC정상회의 개최도시 유치도 같은 맥락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문화와 컨벤션은 바늘과 실이고, 떼어놓고 볼 수 없는 함수관계이다. 문화유적 나열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문화, 스포츠, 오페라, 힐링, 컨벤션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깃발을 꽂으면 또 다른 깃발을 세우기 쉬운 법이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발판으로 '경주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이 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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