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요소수 대란 더 키웠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요소수 대란 더 키웠다
  • 승인 2021.11.09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환
부국장
요소수 대란이다. 중국발 요소 수출 규제로 국내에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산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다른 원자재 단가마저 급등하면서 ‘제2의 요소 대란’까지 우려된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차례 파동을 겪은바와 같이 한 나라에 특정 물품의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의 위험성을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산업용 요소 수입량의 대부분을 의존해온 중국이 자국 내 비료 공급 차질을 이유로 갑자기 수출 제한 조처를 취한 데서 비롯했다. 중국이 미-중 갈등 와중에 미국 편에 선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해버린 뒤 석탄 부족과 전력난이 겹쳐 화학비료 생산에 차질을 빚자 이런 조처를 취했다. 이 여파로 산업용 요소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해온 우리나라가 요소수 원료인 요소를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면서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쓰는 요소수 품귀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디젤 화물차량들의 운행이 어려워져 물류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걱정이다. 정부는 소방용, 구급 등 필수 차량용에 필요한 요소수는 3개월가량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대부분 경유차인 민간 화물차, 건설 중장비 등과 함께 봄철 농기계에서 요소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계는 물론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급 쇼크가 발생할 우려를 낳고 있다. 자지체에서는 요소수 품귀 사태로 쓰레기 수거 차량 운행에 차질까지 예상된다. 대구시의 경우도 상당수 구청이 2주 분량의 요소수만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쓰레기 수거 대란까지 우려된다.

청와대는 요소수 품귀 사태에 대응해 지난 5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7일 가용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중국뿐만 아니라 호주, 베트남 등 주요 요소 생산 국가와 연내 수천 톤이 도입되도록 협의하는 한편 중국 정부를 상대로는 수만 톤 수준의 기 계약 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통관 절차 진행을 요청하는 외교적 협의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더불어 정부는 최근 호주에서 고작 화물차 333대 넣으면 끝나는 분량의 요소수 2만 리터를 수입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군 비축물량 20만 리터를 민간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한 불을 먼저 끄겠다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군 비축물량까지 민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세계 각 나라들은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소재나 부품의 공급 차질로 완성품 제조 기업과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일본은 2019년 우리나라에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고, 중국은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막은바 있다. 최근 유럽은 러시아의 공급 제한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데다 중국이 전력난 때문에 마그네슘 제련소의 문을 닫는 바람에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차체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물품의 생산과 공급을 일부 국가가 독과점하게 된 결과다. 이 와중에 미-중갈등이 무역 갈등으로 번지면서 특정 물품을 수입해 쓰는 국가에는 새로운 리스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뒤늦게 수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중국의 수출 금지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대처 없이 방관하다 시장의 불만이 폭증하자 3주가 지난 7일에서야 뒤늦게 공급망 점검에 나서는 등 늦장대처를 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를 체감한 정부의 안일함이 다시 재현된 것이다. 정부가 일본 반도체 소재 쇼크를 겪고도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특정 물량들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등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두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로서는 요소수 대란을 해소할 방법은 중국과 적극적인 외교 협의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에 신속한 통관을 적극 요청할 외교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대중외교의 성과를 이번 요소수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데 활용하기를 바란다. 향후에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산업계에 필수 주요 소재·부품에 대한 ‘수입처 다변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