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토담집 카페
산골의 토담집 카페
  • 승인 2021.1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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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산과 강을 굽이굽이 돌아
끝이 붉어지기 시작하는
푸른 숲 속을 달려
강원도 산속의 작은 카페
가을이 성큼 앞서 온 스산한 바람
이 깊은 산골에 홀로 선 카페에는
어떤 얼굴이 살고 있는 걸까
바깥주인은 마을에 가고 없는 듯
비녀를 꽂은 한 여인이
맨 얼굴로 나와 공손히 인사를 하네
손으로 만든 둥근 나무밥상과
탁자와 의자들이 토담집과 어우러지고
명상곡과 동요가 잔잔히 흐르는데
예스러운 벽걸이 등이
석양을 밝혀 어둠을 기다리네
크고 작은 장독대와
마른 통나무 토막들이
한 점의 수채화가 된 마당 언저리
저만치서 감을 따는 천진한 아이들
나는 한없이 서툰
세상의 나그네일 뿐인가
들기름 쇠판 위에 감자전이 입을 녹이고
산채에 두부찌개는 별빛 같은 황홀함
문명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인 내외는 신선이 되려는가
유난히 별을 좋아한다는 그 여인과
가을이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나도 반쯤은 신선이 되어가네



◇박철언= 1942년 경북 성주 産. 서울법대 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묘사의 풍취를 한껏 느끼게 해 주는 시인의 글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하나하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도 마치 저 속에 함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밥상 앞에 앉고, 차를 같이 나누고, 나란히 앉아서 별을 함께 보는듯한 그런 상상을 하게 하는 시가 가진 힘이다. 몇 줄 시로 인하여, 깊은 감명을 받고,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꿈꾸는 유토피아 일수도 있는 시 속의 세상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로망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번이고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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