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지음/ 휴머니스트/ 396쪽/ 2만 원
안락사 등 국내 이슈 다수 소개
영화·드라마 통해 이야기 풀고
윤리적 관점서 나아갈 길 고민
연명의료 중단,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결정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사태, 코로나19와 건강세, 의사 파업 사태까지 2000년대 들어 발생한 보건의료 사건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 사회, 경제,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더는 의료 문제를 전문가에게만 떠넘길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건강과 질환, 더 나아가 치료와 의료 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긴박한 의료 현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때, 우리는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여기서 최선의 선택이란,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고 각 의료적 쟁점의 역사적 맥락을 검토한 뒤 내리는 ‘인간의 건강과 삶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가리킨다. 이것이 바로 의료윤리다.
‘의식도 병세의 호전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과연 윤리적인가?’,‘유전자조작은 어디까지 허용되며 규제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세금은 정당한가?’ ‘의료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알려도 되는가?’질병과 돌봄, 치료가 일상이 되었음에도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의료윤리가 답 없는 문제라서가 아니다. 질문에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윤리학자인 저자는 국내 의료윤리의 지평을 열고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책에서 그는 안락사, 임신중절, 치매 돌봄, 감염병, 유전자조작, 건강세, 의료 정보 공개 등 지금 한국의 현대 의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의료 이슈를 소개하며, 각각의 역사적 맥락을 안내한다. 이를 둘러싼 환자, 보호자, 의료인의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 실제 사례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여러 작품을 끌어온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질병과 돌봄,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건강과 삶의 문제를 의료윤리적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언젠가 의료 문제와 마주할 그때 건강과 삶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석지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