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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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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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닫힌 방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만 듣다가 보면 그것이 전부라고 여긴다. ‘에코챔버’ 효과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 기존 성향이 더 강화된다. 이는 뉴스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이 닫힌 체계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 강화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해서 되풀이 수용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페이스북을 열면 이미 우리나라 대통령은 정해져 있다. 상대는 말도 안 되는 형편없는 사람이기에 반드시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되어야 한다. 비슷한 내용을 계속 접하다 보면 생각은 화석처럼 굳어진다.

이게 사실일까? 팩트에 대한 궁금증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야말로 좋은 사람이다. 믿음이 곧 진실이다. 이처럼 ‘팩트 체크’를 거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진짜로 둔갑한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애초부터 정보의 편향성이나 왜곡된 사실을 가리지 않고 개인 성향에 맞춤한 정보만 반복해서 보여주고, 자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주변에 모아 줌으로써 특정 신념과 편견을 학습하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 편 이야기는 자주 들려주고 다른 목소리들은 듣지 못하게 배제한다. 우리의 대통령이 이처럼 사실에 기반한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가짜뉴스,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져도 되는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인 코로나19 대위기와 기후변화, 남북 평화공존, 성· 연령· 계급 차별, 일자리·주거·노후 불안,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등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보통신기술이 대통령을 만든다. 끔찍하지 않은가?

실제 영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이용자 8천700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정치 광고에 활용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그들은 “우리가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대선 승리에 대해 자찬했다. 쉬운 퀴즈게임을 페이스북에 올려 사용자의 정보를 얻어낸 다음 선거 캠페인에 이용한 방법이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 당장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상대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사실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떤 사건의 전후 맥락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은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이러한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나아가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부적당한 정보는 일단 거부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손바닥에서 보이는 정보는 편향된 생각을 강화해 줄 뿐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서 관심사를 알아내고, 이에 바탕해 유사 관심사를 추천한다. 희한하게 내가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이나 상품을 광고한다. 이는 더 많은 페이지를 열게 한다. 마치 또 하나의 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인은 언론사 사이트에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4%로 전 세계 46개국(평균 25%) 중 가장 낮다고 한다. 반대로 포털과 검색 사이트에서 뉴스를 읽는 비중은 77%로 1위(평균 33%)다.

한국의 뉴스 소비자는 확증 편향의 우려가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이는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외면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특징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서 그것이 진실이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거부해야 함에도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사실인지 아닌지를 구명하려는 노력이 없이 감정에 기반한 사실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다.

정보의 바다가 주는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편식만 일삼을 것인가? 팩트도 체크하지 않고 무조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양극단에서 벗어나려면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출처도 불분명한 자료들을 보면서 우리의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가? 동네마다 토론장이 만들어져 제대로 팩트를 체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사실에 기반한 온라인 뉴스가 생산될 수 있는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 이는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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