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준비·의문의 기용…삼성 패배, 우연 아닌 필연
안일한 준비·의문의 기용…삼성 패배, 우연 아닌 필연
  • 석지윤
  • 승인 2021.11.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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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기간 동안 연습경기 ‘0’
주전 타자들 성적 부진에도
대체 자원 없이 라인업 유지
피로 누적 두산에 힘 못쓰고
6년 만의 가을야구 마침표
허삼영
허삼영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 대비와 선수 기용에서 모두 허점을 보이며 삼성의 6년만의 포스트시즌을 두 경기만에 마감했다.
삼성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6년 만에 진출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에서 선수 기용과 상대 팀에 대한 대비부족으로 한국 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삼성은 9일~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이상 PO) 1, 2차전에서 각각 4-6, 3-11로 패하며 6년만의 가을 야구를 두 경기만에 마감했다. 허구연 해설위원과 이승엽 해설위원 등 야구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삼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삼성의 우세를 점쳤지만 삼성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5경기를 치르고 올라오면서 피로가 누적된 두산에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고 무너졌다.

삼성의 패배는 필연이었다. 안일한 준비는 물론 시즌 막판부터 의문을 자아냈던 삼성의 선수 기용 방식 역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KT WIZ와의 1위 결정전에서 패배한 삼성의 PO 준비 기간은 8일. 시간이 모자란 상황은 아니었다. 관건은 경기 감각. 실전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PO 경기력을 좌우할 포인트였다. 하지만 삼성은 경기 감각보다 부상자 회복을 우선했다. 삼성은 PO 대비 자체 청백전이나 연습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대신 선수별 하루 두 타석씩 소화한 라이브배팅(2회·총 4타석)으로 타격 훈련을 대신했다. 라이브배팅과 실전은 천지차이. 횟수도 충분치 않았다. 체력적 우위만 믿은 삼성의 안일한 판단이란 지적이다. 이는 1위 KT가 한국시리즈를 대비하기 위해 11일과 12일 한화 이글스 2군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것과 대비된다. KT는 한화와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한화 측에 옆구리 투수 김재영의 등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 내내 맹활약한 두산의 선발 자원 최원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청백전을 하기엔 잔부상이 많았다. 일단 회복 훈련에 주안점을 뒀다. (PO 1차전이 열리기 직전) 3일간 실전 준비를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소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선수 기용 방식에서도 물음표를 남겼다. 가을 야구를 한 달 앞둔 10월, 구자욱, 박해민, 오재일 등 일부를 제외한 주전 타자 상당수는 본인의 시즌 타율보다 낮은 1할대~2할대 타율에 그치며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특히 이원석의 경우 10월 타율 0.143(63타수 9안타)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삼영 감독은 다른 대체 자원들을 일절 기용하지 않으며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투수진 운영 미숙 역시 시즌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중계 투수들의 부족한 불펜 연습 투구, 납득하기 어려운 투수 교체 타이밍 등은 삼성 불펜이 부진할 때마다 도마에 올랐다.

그결과 시즌 막판 타격 부진을 겪은데다 실전 감각까지 부족했던 삼성 타자들은 PO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PO 시리즈 내내 강민호(5타수 무안타), 오재일(9타수 1안타)을 비롯 중심 타자들이 하나같이 부진했다. 리드오프이자 주장 박해민도 10타수 2안타에 그쳤다. 삼성의 PO 2경기에서의 팀 타율은 0.257(70타수 18안타). 이 중 대부분의 안타가 사실상 승부가 끝난 2차전 4회 이후 쏟아져 영향이 미미했다. 정규시즌에서 44승을 합작한 리그 최강의 선발 트리오는 PO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2패를 당했다. 1점 뒤진 상태에서 호투하던 우규민을 대신해 등판한 마무리 오승환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점과 함께 경기를 내줬다.

프로야구 감독은 결과로 과정을 증명하는 자리다. 허삼영 감독은 올시즌 내내 야구계 관계자들로부터 ‘특정 선수를 너무 편애한다’, ‘선수 기용에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의문을 산 바 있다. 그는 유리한 상황에서 맞이한 PO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며 자신에게 쏟아진 의문과 비판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

허 감독은 PO 2차전 후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선수들에게 작용한 것 같다. 이것도 경험이고 내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 같다”며 “기대한 고참들이 충분히 자기 스윙을 가져가지 못한 것은 책임감이 가중됐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삼성다운 경기력이 안 나오고 선수들이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밝혔다.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 반면 경기 결과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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