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노래 불러주세요
교장 선생님, 노래 불러주세요
  • 여인호
  • 승인 2021.1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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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 노래 불러주세요, “노래를?”

“예, 지난 번 꽃사슴 버스킹에서 교장 선생님이 부르신 노래요.”

“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를 말하는구나.”

“예, 그 노래 불러 주세요.”

영호는 휴대폰에 저장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반주를 틀었다. 제일 앞에 앉은 여학생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앞으로 나오게 해서 서게 하고 영호는 의자에 앉아서 키 높이를 거의 같게 했다. 그렇게 둘이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렀다.

2021년 10월 26일 화요일에 교대부초 1학년 1반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날은 영호의 세 번째 수업 주제인 ‘칭찬’으로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다음날 급식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시연이를 만났다. “시연아, 어제 노래를 정말 잘 했어. 어떻게 해서 그 노래를 배우게 되었지?”

“교장 선생님이 꽃사슴 버스킹에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신 것을 보고 집에 가서 엄마한테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어요.”

“그랬구나. 노래 연습을 매일 하니?”“예, 매일 노래를 부르고 어제는 휴대폰으로 동영상도 찍었어요.”

교대부초에서는 격주 수요일마다 꽃사슴 버스킹을 운영한다.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서 시작했다. 노래, 춤, 악기 연주, 줄넘기 등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선보이고 있다. 진행, 운영요원 선정, 자리 배치 등은 전교학생회에서 주관을 한다. 선생님들은 입장 음악, 반주 음악 등 최소한의 도움만 주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3학년 교실 앞 열린 공간에서 진행하고, 폭염이나 비가 올 때는 체육관에서 진행을 한다. 이동이 편리한 의자 100여 개를 준비하고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운영하고 있다. 공연은 촬영을 해서 유튜브 주소를 학부모에게 공유하고 있다.

11월 10일 수요일에 열린 꽃사슴 버스킹에는 6팀이 참여를 해서 열기를 더했다. 수업실습 중인 대구교대 3학년 교생 선생님들이 6학년 자율 동아리 학생들과 합주도 했다.

독창을 한 성지환 교생 선생님은 “꽃사슴 버스킹 무대에서 기타를 치면서 쏜애플의 ‘남극’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어요. 공연에 큰 호응을 해준 교대부초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수업실습에서 행복한 경험을 또 쌓아갑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호가 노래를 좋아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중학교 때 음악 실기 시험을 본 후이다. 아포중학교 2학년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하조 선생님께 음악을 배웠다. 음악 실기 시험의 지정곡은 외국 번안곡인 ‘들장미’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많은 중학교에서도 이 노래로 수행평가를 한다고 한다. 영호와 이종배라는 친구가 만점을 받았다. 김하조 선생님은 100점을 받은 영호와 이종배를 앞으로 나오게 해서 다시 부르게 했다. 그런데 영호는 두 번이나 목이 막히는 바람에 끝까지 부르지를 못했다.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 정신없이 보누나 장미화야 장미화”그렇게 노래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4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영호는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것을 좋아한다. 대중가요도 좋아하고 가곡이나 오페라도 자주 듣는다. 강의를 시작할 때, 강의 중간, 마칠 때에도 내용과 어울리는 노래를 넣는다. ‘나는 문제없어’, ‘넌 할 수 있어’, ‘향수’, ‘선생님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Perhaps love(아마도 사랑은)’등은 아이들에게도 많이 들려 준 노래이다. 안치환의 ‘내가 만일’은 노랫말(시) 바꾸어 쓰기에 좋은 노래이다. 노래 못지않게 ‘향수’, ‘소금’ 등과 같은 좋은 시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혹자는 그런 어려운 노래와 시를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영호는 소금이라는 시를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한다. “아이들이 운동을 하다가 넘어져서 ‘상처’가 났습니다. 상처가 나면 ‘아픔’을 느낍니다. 아프면 울게 되고 ‘눈물’을 흘립니다. 3학년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그 아이가 ‘소금’이라는 시를 잊고 있다가 중학교 때나 성인이 되어서 우연히 대할 때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지면 되는 것입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는가 …….” 2004학년도 3월 하순에 교대부초 3학년 교실을 들어서는 여학생이 혼잣말로 중얼거린 가왕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출근하면서 앞에서 소개한 노래를 반복 재생을 해서 아이들이 듣게 했다. 어떤 아이가 교실에 들어설 때는 ‘향수’가 또 어떤 아이가 자리에 앉을 때는 ‘내가 만일’ 노래가 흐르는 교실이다. 동시와 좋은 시 50여 편도 자료집으로 엮어서 노래와 함께 제공했다. 어떤 시간에는 노래와 음악이 양념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시간에는 주된 활동이 되기도 했다.

코로가19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는 것은 점심시간뿐이다.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르나)이 진행 중이다. 좋은 노래와 시는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백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시를 읊조리는 교실 정경이기를 소망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교정에서 모두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읊는 풍경을 손꼽아 본다. 그리고 영호에게 이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는 날도 멀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교장 선생님, 이번에는 향수 노래를 불러주세요.”



김영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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