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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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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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진-성서경찰서장
정태진 대구성서경찰서장
4남매의 막내인 나는 바로 위 누나와 여섯 살 차이가 난다. 아버지는 늦게 본 아들이라 어린 나를 이뻐해 주셨다. 아버지는 잘못에 대한 비난과 편달(鞭撻)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자존감을 키워주셨다. “우리 아들 최고야”를 무한반복 듣고 자란 나는 아버지의 기대와 사랑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아픈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사랑받은 아이도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겪으며 올곧게 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회생활과 직장에서 ‘역지사지,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자고 다짐하지만, 정작 가정과 자식한테는 쉽지 않다.

아내가 중2 아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사흘이 멀다 하고 국지전이 빈발한다.

“너 사춘기? 야! 엄마는 갱년기야”

북한이 중2 무서워 도발을 못한다는데 한반도 전쟁 억지력의 원천은 갱년기 아줌마 덕분임을 알게 된다.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현명함을 배우지 못했다. 오늘도 정한수에 자식행복 빌어주는 어머니의 정성을 잊고 사는 것이다.

올봄에 경찰서 직원 둘이 부부가 되겠다며 청첩장을 들고 인사왔다. 수줍지만 행복감에 은은한 미소가 멈추지 않는 얼굴로 30분 결혼학개론을 털어 놓았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결혼은 이기적인 인간이 하는 중대한 거래요 계약이다. 환불과 교환이 어렵고 AS도 쉽지 않다. 사랑과 안정을 얻는 대신 성실한 무기징역수가 되어야 한다. 사업·직장생활 등 인간사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도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함에도 사람들은 결혼하면 저절로 행복해질 것으로 착각한다. 사랑과 행복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돌아서는 예비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유진아! 신혼생활이 아직도 참기름 서 말 닷 되 나오고 있지?” 궁금증과 함께 그들의 미소를 다시 보고 싶다.

아버지가 지난 9월 허리디스크 수술이 잘못되어 척수액이 누액되고 뇌수술까지 해야 하는 고비를 넘기며 한 달만에 퇴원했다. 지난주에는 허리디스크에 시술했던 인공인대가 활착되지 않고 염증이 생겨 재수술을 받고 아직 입원해 계신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음’(子欲養而親不待)을 걱정한다.

나를 꽃 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렸던 아버지.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팔공산 갓바위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버지의 건강과 재수생 딸의 평안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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