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조정
통합과 조정
  • 승인 2021.1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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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자가용 뒷 유리창에 병아리 그림과 함께 ‘초보운전’ ‘아기가 타고 있어요’ 라고 적힌 것을 가끔 본다. 조심해 달라는 양해의 의미도 있고 조심하여 운전하겠다는 결의도 보인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비교해서는 안 될 말이다. 음주운전은 대형 사고를 낼 뿐 아니라 남의 생명을 앗아가고 재범도 예사로 한다. 윤 후보는 정치 초년생이고 자기는 지방행정 경험자임을 암묵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한마디로 대통령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조정력이다. 국정은 많은 체제가 종합된 총체로서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때 전문성이 있는 경험자를 우선하는 것은 순리다.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무위원들이 자기 분야에서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간다면 행정의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통합·조정력 없이 이념과 개인적 친분 등에 얽혀 전문성이 배제된 엽관적 정치인사를 하면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우리는 그 같은 현상을 문재인 정부에서 숱하게 봐 왔다. 특히 전문성과 거리가 먼 국토부장관을 임명하여 주택정책을 이십 수 차례 바꾸고 뜯어고쳐 주택 대란을 초래하였고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주택정책은 자신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대통령이나 국정의 한 부분을 책임진 장관은 통합·조정을 예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통합은 조직 내의 여러 하위체제의 노력을 조직목표 수행에 적합하도록 통일시키는 의식적인 과정이며 조정은 모든 부분 활동을 조화시키는 작용이다. 따라서 통합과 조정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오케스트라를 예로 든다.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 각종의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은 컨덕트의 지휘에 순응하면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지휘자는 통합·조정자로서 각 연주자와 일일이 눈을 맞추고 호흡을 같이 하면서 열정적으로 지휘한다. 여기서 좋은 음악이 생산되고 청중들의 기립박수가 터진다. 국정운영도 이래야 한다. 국가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정운영의 책임자는 국가 전 체제의 통합·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분화된 각 체제에 전문가가 아무리 많더라도 대통령이 통합·조정력이 없다면 국정 이곳저곳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운전초보자라는 말을 듣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정직과 호혜, 열성으로 무장하여 조직체계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통합·조정력을 발휘한다면 훌륭한 국정의 최고 지휘자가 될 수 있다. 통합·조정에는 사람을 포용하는 능력도 내재한다.

이참에 윤 후보자에게 권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의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의 단합이 최우선이다. 안 후보 역시 정권교체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만큼 때가 되면 국민의힘과 단합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함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안 후보의 정치적 무게를 고려하여 상응한 예우와 곁들어 대선 후보자로서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홍 의원은 윤 후보자와 대선후보자가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인 사이다. 그는 당원투표에서는 졌지만 민심에서는 이겼다면서 나름대로 정치적 업그레이드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기분이 착잡할 것이다. 그는 당의 선대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청년의 꿈 플랫폼을 만들어 2040들과 세상 이야기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가져가고자 한다”는 말을 했다. 홍 후보는 주관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그의 공약 가운데 국회의원 수를 100명 줄이겠다는 주장은 필자의 생각과 일치해서 공감이 간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을 포용하여 당의 귀중한 자산으로 성장하도록 뒷받침 하는 것이 좋을 상 싶다.

홍 후보도 대선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홍 후보는 대구 출신 국회의원이다. 대구시민 특히 수성을의 구민들이 홍 후보가 백의종군 하겠다는 말에 어떤 감정을 가질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대선 조직활동에 참여·불참여는 개인적 소신이지만 지역구의 민심 파악도 중요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윤 후보는 대선주자로서 통합·조정의 정신을 각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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