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방문
  • 승인 2021.11.18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필호

사랑이 오는 방법을 잊은 지 오래

어느 날 갑자기 “너 살아있니? 하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나를 두드립니다

심상찮은 예감이 부풀어 올라

가슴에 브로치 하나 달았습니다

이스트가 뿌려진 내안은 제대로 뭉게뭉게 기어 오릅니다

내 고백은 늘 그리움이지요

꽁꽁 묶은 그 맘을 알리가 없지요

옴짝달싹 못하고 나를 잃어갑니다

내 속을 조금씩 파내주고 있는 그 자리에

한 사람을 한정도 없이 채워갔고

나중에는 그냥 꾹 눌러 앉혔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 이러한데

몇 번의 가을이 다녀갈 것이고

나를 끝없이 떨게 했던

그 둔한 통증 같은 그리움이 다 헛된 것이었는지

아직도 사랑은 조용히 영원히 하는 것인지

한 번 물어볼 생각입니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독자에게 답을 바라는 건 아닌지. 조곤조곤 써 내려가는 시인의 모습이 선합니다. 사랑의 본 모습은 어떤 것인지, 본디의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어떤 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시원한 답을 줄 수 있을텐데....다시 읽어보면 시인은 딱히 그 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에 방문할 무형의 반가운 이름 하나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꼭 이 계절과 닮아 있다.

-정소란(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