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와 목민심서
탈무드와 목민심서
  • 여인호
  • 승인 2021.11.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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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는 히브리어로 ‘위대한 연구’, ‘위대한 학문’이라는 뜻으로 유대인들에게 모세 5경 다음으로 중요한 책이다. 탈무드에는 기원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유대교의 법률과 전통적인 습관, 축제, 율법에 대한 해설 등이 수많은 학자들로부터 새롭게 정리되어 내려오고 있다. 유대인들이 끊임없는 침략과 박해 속에서 흩어져 살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유대인인 것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탈무드’이다.

탈무드는 우리나라 어느 가정에도 한 권쯤은 있을 만큼 인기가 있는 책이다. 기원전 500년부터 서기 500년에 걸쳐 약 1천 년 동안 구전되어 오던 것을 2천 여 명의 학자들이 10년 동안 편찬한 것이라고 하니 그 분량이 총 20권에 1만2천 페이지로 250만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졌고, 무게가 75 킬로그램이나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탈무드는 빙산의 일각으로 처세술이나 교훈, 일화 등이 우화와 동화들로 되어 있다.

탈무드를 아이들과 읽다 보면 드는 생각,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책이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탈무드에 맞설 우리의 책을 찾자면 명심보감이 있겠다. 명심보감은 고려 때 어린이들의 학습을 위하여 중국 고전에 나온 선현들의 금언이나 명구절을 편집하여 만든 책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 형식으로 많이 나와 있다. 또 하나를 들자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들고 싶다. 목민심서는 조선시대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에서 18년 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저서로 19세기 조선의 부패한 관료들이 소나 양을 돌보듯이 백성을 잘 보살펴서 안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민관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에까지 삶의 기본이 되는 미덕과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그 중 한 이야기이다.

어떤 가난한 선비가 딸의 혼사를 앞두고 고민을 하다가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갔다. 그는 순천부사에 있는 감사 이창정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선비는 자신이 아는 사람과 이름도 같고 벼슬도 같은 사람이라 도움을 청하러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또를 만나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선비는 크게 실망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이창정이 자리를 권하고 천천히 그 까닭을 물었다. 선비는 이만저만해서 오게 되었다고 사실대로 고하니, 이창정은 웃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는 더욱 후하게 대접하면서 혼수를 준비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비는 감격하여 “비록 내 친구가 마련해 준다하더라도 이와 같이 하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감사해 마지 않았다.

짧은 이야기지만 인간에 대한 인정과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명심보감에는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라. 인생이 어느 곳에서 서로 만나지 않으랴?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말라, 길 좁은 길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려우니라.’라고 하였다. 감사 이창정이 먼 훗날을 계산하고 선비를 도왔을까? 우리는 남을 도울 때 먼 훗날 내가 받을 복이나 액을 피하기 위해 돕는 것일까? 돕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아이들과 하브루타를 해 보면 좋을 듯하다.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적인 세상으로 넘어와 살고 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인정이 없고 남을 돕는 마음이 쉽게 드는 것은 아니다. 각박한 세상을 어떤 힘으로 살아야 할까? 목민심서는 탈무드에 버금간다고 말하고 싶다. 유대인들의 탈무드 교육처럼 왜 우리는 우리의 것으로 기본 교육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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