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단상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단상
  • 승인 2021.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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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발적으로 더 많은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과세당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고 하는 반면 납세자들은 어떻게 하든 더 적게 세금을 내려고 하는 숨바꼭질은 오래된 게임이다. 이처럼 납세자들이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내려는 행위를 우리는 절세행위라고 부르며, 세금 징수가 지나치면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시절 조원동 경제수석은 세제개편안을 설명하면서 프랑스 루이 14세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콜베르(Glibert)의 말을 인용하여 "세금 걷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여야로부터 조세부담에 대한 민심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세청 전자공시 신청자와 홈텍스에서 세액을 확인한 납세자들은 예상보다 껑충 뛴 고지서를 확인하고는 징벌적 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조세 저항을 우려하여 실수요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낮추겠다며 1주택자 과세기준을 공시지가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높였고 또한 고령자와 장기보유자 특례 공제를 최대 80%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집값 급등, 공시지가 반영률 상향, 그리고 세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강화하면서 1주택자에 대한 세율도 최고 0.3%포인트 올려 3%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1주택 과세 대상자와 이들의 세부담은 지난해 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여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2005년 1월부터 시행했다. 그후 몇 차례 개정된 이후 2020년 7월 10일 부동산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상향 조정된 세율이다. 이러한 종부세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하려는 쇼크요법에 가깝기 때문에 논란이 큰 편이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 폭탄이 떨어지면 집을 팔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다주택자들은 일찍 감치 주택수를 조정했거나 증여나 월세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부가 우려했던 조세저항의 조심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 123명의 법률대리인 측은 종부세법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종부세는 실현된 이득에 대한 과세가 아님에도 마치 실현된 이득으로 간주하는 압살적 조세로 부동산의 자유로운 취득과 보유, 처분을 심각하게 제한해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선후보의 견해도 사뭇 다르다. 기본소득 토지세(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다"며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볼까봐 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본주택'과 더불어 핵심 부동산 정책으로 국토보유세를 꼽으며 특히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를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 "조세저항 최소화, 양극화 완화, 경제 활성화, 투기 억제 등의 복합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되면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국민의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해 기존 주택의 거래를 촉진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공약했다. 그는 "종부세는 재산세와 동일한 세원에 대한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 보장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문제 등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의 실현인 것을 마치 정의의 것처럼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벤담(Bentham)의 공리주의에 의하면 부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징수하여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소득재분배 정책은 정의로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다른 형태의 전체주의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은 세금을 정치화하고, 세금 부과 대상을 통해 편 가르기를 하려는 정치인의 감언이설에 빠져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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