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길에서
하늘을 바라 본다
속살도 희고 구름도 희고
봄 햇살이 눈부셔 봄날도 희다
벚꽃길에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 한잔에 흙냄새 꽃냄새
봄 냄새 가득 채워 마시니
쓴맛 단맛은 다 버리고 향기롭다
벚꽃길에서
나 홀로 노래 부른다
어디서 왔을까 봄바람이
벚꽃을 흔들며 지휘를 하고
새도 나비도 벌도 따라서 합창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나 사랑한 것이 꽃이 내려와
수줍은 내 볼에 입맞춤 할 때
마음은 풍선처럼 떠오르고
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벚꽃길에서
옛 생각에 미소 지으며
꽃을 바라보니 벚꽃이 웃더라
내 안경에 꽃잎 하나 올려놓으니
세상이 모두 벚꽃이 되고
벚꽃길 아래 돌멩이가 나였으면 좋겠다.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 부문 신인상, 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해설> 봄날에 한껏 든 바람을 시인은 글로 조금씩 빼 내고 있는 중이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 되고 싶은 것 등 벚꽃길을 걸으면서 생긴 수많은 생각들을 하나씩 예쁘게 풀어내는 글을 읽으면, 봄날의 생각거리를 부여 받는 느낌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제대로 즐기는 시인의 모습을 보는 듯 다정한 시 한편을 읽는 날이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