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감독 사고
수능감독 사고
  • 승인 2021.11.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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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대구에 있는 수능 고사장에서 국어영역 시험 때 감독관이 수험생에게 특정 선택과목부터 먼저 풀라고 지시하고 시험지를 다른 페이지로 넘겼으며, 그러한 행동은 잘못된 수능감독관의 행동임이 확인되었다.

잘못된 수능감독을 한 감독관 및 그 시행기관의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 및 실제로 피해를 입은 수험생의 피해에 대한 배상이 문제된다.

수능감독관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부적당하다. 업무방해죄와 강요죄는 전부 고의범만 처벌하고 실수로 발생한 과실범은 처벌할 수 없다. 감독관이 고의가 아닌 실수로 수험생의 시험문제 풀이행위를 방해하였고 볼 수 있어 업무방해죄의 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경우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고 이 건도 감독관이 수험생에게 특정 선택과목부터 먼저 풀라고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였으므로 강요죄의 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나 역시 실수로 발생한 것이므로 처벌이 어렵다. 다만 선택과목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잘못 알았다는 점에 대하여는 감독관의 실수가 있지만 의도적으로 수험생의 시험지를 다른 페이지로 넘긴 것은 분명하므로 이를 중요시한다면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수능감독관은 행정법상의 징계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수능감독의 실수는 행정법상 성실의무 위반 내지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시험은 비행기 운행 통제 및 출근시간 변경을 감수하고서라도 보호할 가치 있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므로 이에 대한 감독은 매우 중요한 업무이고, 따라서 사소한 실수의 방지하기 위하여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업무이며, 감독업무 메뉴얼 숙지는 매우 중요하므로 이를 잘못 알고 있었다면 비위의 정도는 약하지만 중과실에 해당할 수 있어 '해임 내지 강등'의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

수험생이 당한 피해에 대한 민사적인 책임이 문제된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로 피해 발생 행위를 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험을 주관한 교육부(대한민국) 또는 이를 직접 관리한 대구교육청은 학생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당연히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국가와 대구교육청의 관계에 따라 한쪽만 책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피해를 발생시킨 감독관이 직접 수험생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는 해당 공무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는 사소한 실수라도 경우에 따라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공무를 수행하는 자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권장하기 위하여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에 대하여 국가 등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당 공무원은 책임지지 않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해당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도 국가 등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위 사고에서 수능의 중요성, 문제풀이 순서의 숙지는 어려운 업무가 아닌 점에서 해당 감독관의 실수는 '중과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한민국, 대구교육청, 해당 감독자 3인이 연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험생이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얼마정도 될까? 2000년도 사법시험 출제 및 채점 잘못으로 불합격처리 된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년간의 수험준비 비용, 낙방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 등을 고려하여 1,0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2015 수능시험에서 정상적으로 사용가능한 시계를 압수당한 경우 위자료 500만원이 인정되었다. 이 건의 경우 작문에 집중하던 수험생이 갑자기 다른 문제를 풀게 됨으로 인하여 앞서 약 5~10 정도 생각한 부분이 흔들리게 된 점, 다만 실제 시험시간에는 1,2분 정도 영향을 미쳤을 뿐인 점, 부당한 지시에 따른 정신적인 충격, 예시 판결 금액은 약 5년 내지 20년전의 판결로 위자료 기준 금액 등이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손해배상금은 800만원 전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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