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荀子)의 새 - 환경이 중요하다
순자(荀子)의 새 - 환경이 중요하다
  • 승인 2021.11.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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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새 이야기를 찾다가 문득 고전(古典) ‘순자(荀子)’에서 몇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쪽에 새가 있는데, 이름을 몽구(蒙求)라 한다. 이 새는 자신의 깃털을 이용하여 둥지를 만들고 갈대 줄기에 매어다는데, 바람이 불어 갈대줄기가 꺾이면, 알은 깨지고 새끼는 죽게 된다. 그런데 이는 둥지가 완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은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南方有鳥焉 名曰蒙鳩 以羽爲巢 而編之以髮 繫之葦苕 風至苕折 卵破子死 巢非不完也 所繫者然也.

또 이어지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쪽에 나무가 있는데, 이름은 사간(射干)이고 줄기의 길이는 4촌(寸)이다. 높은 산 위에 자라기 때문에, 깊은 못을 굽어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는 나무의 줄기가 길어서가 아니라 서 있는 위치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西方有木焉 名曰射干 莖長四寸 生於高山之上 而臨百仭之淵 木莖非能長也 所立者然也.

쑥은 삼밭 속에서 자라면 붙잡아 주지 않아도 곧아지는데, 흰 모래라도 뻘에 빠지면 함께 검어진다. 난초의 뿌리(蘭槐)는 향료인데, 그것을 오줌에 담그면 군자도 가까이하지 않고, 서인(庶人)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는 본바탕이 향기롭지 않아서 아니라, 그것을 적신 오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蓬生麻中 不扶而直 白沙在涅 與之俱黑 蘭槐之根是爲芷 其漸之滫 君子不近 庶人不服 其質非不美也 所漸者然也.

이 구절을 보면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바탕에 두기도 하였지만, 마중지봉(麻中之蓬) 등도 거론하여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임을 은근하게 내세우고 있는 환경론자(環境論者)이자, 상호작용론(interaction theory)을 중시한 학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좋은 친구를 사귀며, 좋은 환경 속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 밑바탕에는 사악한 것을 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자주 입에 올리는 ‘청출어람(靑出於藍)’도 순자가 내세운 말입니다. ‘푸른 물감은 쪽이라는 풀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파랗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靑取之於藍 而靑於藍 氷水爲之 而寒於水)’는, 이 말 역시 환경과 상호작용의 중요함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순자는 전국시대 조(趙)나라 사람으로, BC 328년 전후에 태어나 BC 235년 쯤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일대기는 ‘사기(史記)’‘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에 맹자(孟子)와 함께 높은 사상가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순자는 위의 예문에서 보았듯이 세상 이치를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예화(例話)를 즐겨 동원하고 있습니다. 즉 사례(事例)와 비유(比喩)에 능숙한 이야기꾼이자 교육자였던 것입니다.

다시 새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순자’에 나오는 새 이름이 ‘몽구(蒙求)’인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이름은 ‘어리석을 몽(蒙), 구할 구(求)’로서,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개선을 위한 노력이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마침내 ‘어진 새는 좋은 환경의 나무를 가려 앉는다’는 ‘양금택목(良禽擇木)’의 지혜를 얻지 않았는가 합니다. 그러나 좋은 나무를 가리기 힘든 상황이면 ‘지혜로운 새는 바람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는 말처럼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바람 부는 날에, 조심스레 첫가지를 걸쳐 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도 흩어지지 않도록 집을 꾸리는 것입니다.

까치의 경우에는 활엽수의 9부 높이에만 둥지를 짓고, 독수리의 경우는 사람이 쉽게 올라갈 수 없는 높은 바위틈에 둥지를 틉니다.

이렇게 하여 결코 포식자에게 쉽게 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연의 새들은 이처럼 지혜를 발휘합니다. 모두가 몽구(蒙求)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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