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아도, 넌 그 자체로 빛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
“특별하지 않아도, 넌 그 자체로 빛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
  • 배수경
  • 승인 2021.11.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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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힘을 가진 ‘마드리갈 패밀리’
유일하게 특별한 능력 없는 ‘미라벨’
평범함의 가치 일깨우며 공감 자극
화려한 비주얼·경쾌한 음악 ‘묘미’
디즈니의 60번째 애니메이션 ‘엔칸토’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디즈니의 60번째 애니메이션 ‘엔칸토’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퍼시’라는 이름을 가진 넙치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어서 친구 물고기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청어처럼 날쌔면 좋을텐데’, ‘열대어처럼 알록달록 화려한 무늬가 있으면 좋을텐데’, ‘복어처럼 멋지고 재미있게 생기면 좋을텐데.’ 친구를 부러워하던 퍼시는 상어가 나타나 친구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주변환경과 비슷해지는 몸 색깔을 이용해 그들을 구해준다. 결국 물고기들의 장기자랑대회에서 최고상은 ‘퍼시’에게 돌아간다. 느리고 칙칙하고 평범한 물고기 퍼시는 ‘특별한 물고기가 되고 싶어’라는 동화책 속 주인공이다.

24일 개봉한 ‘엔칸토: 마법의 세계’(이하 ‘엔칸토’)를 보면서 문득 ‘특별한 물고기가 되고 싶다’던 동화 속 퍼시가 떠올랐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60번째 애니메이션인 ‘엔칸토’는 콜롬비아의 가상의 마을 ‘엔칸토’에 사는 마드리갈 패밀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래 전, 할머니 알마가 위기의 순간에 마법 촛불을 얻게 된 이후 이들 가족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요리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엄마, 기분에 따라 날씨를 바꾸는 이모, 미래를 예측하는 삼촌,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내는 언니 이사벨라, 무엇이든 들어 옮길 정도로 힘이 센 언니 루이사,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사촌 카밀로, 예민한 청력으로 마을의 어떤 소리도 다 듣는 사촌 돌로레스까지...

마드리갈 가족은 이렇게 얻은 능력을 가족은 물론 마을 주민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 가족 중 미라벨만이 어찌된 일인지 아무런 능력을 받지 못한다. 오프닝 곡인 ‘마드리갈 가족(The family Madrigal)’을 통해 미라벨은 “우리 가족은 멋져. 난 그 가족이야”라며 가족의 역사와 가족의 능력을 신나게 소개한다. 모두가 마법의 힘을 가진 특별한 가족들 틈에서 미라벨은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존재다. 사촌동생 안토니오가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얻게 되던 날, 미라벨은 그들의 까시타(집)에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가족들 역시 그런 조짐을 눈치챘지만 미라벨의 시샘때문이라며 애써 그 위기를 외면한다. 영화 ‘엔칸토’에서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집도 하나의 생명체처럼 묘사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드리갈 가족과 집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끼치는 유기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집의 균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간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고 있던 가족의 균열이 그 시발점이다. 얼핏 보기에는 능력을 받지 못해 할머니에게는 가족의 오점처럼 여겨지는 미라벨, 그리고 불길한 미래를 이야기한다며 가족들에게 배척당하고 사라진 삼촌이 균열의 원인인듯 여겨진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들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 마을을 지탱하고 가족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 속 비밀은 ‘노래’를 통해 드러난다. 무한한 힘을 가진 루이자는 ‘힘이 약해지면 어쩌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을 안고 있고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내는 이사벨라 역시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결국 위기에 처한 집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평범한’ 미라벨이다. 집의 붕괴를 막기위한 미라벨의 고군분투는 가족의 와해를 막기 위한 몸부림이다.

마드리갈 가족을 지탱하는 마법의 촛불을 밝혀주는 원천은 ‘가족애’다. 가족을 지켜내려는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촛불이 결국에는 가족을 와해시키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실을 자각한 할머니가 ‘기적은 가족들이 받은 능력이 아니라 그들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들 가족은 다시 화합을 하게 된다.

‘주토피아’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휩쓴 감독 바이론 하워드와 자레드 부시가 힘을 합쳐 내놓은 영화 ‘엔칸토’는 디즈니영화답게 화려한 비주얼과 경쾌한 음악으로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모아나’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린 마누엘 미란다가 OST를 맡아 살사, 삼바, 랩, 팝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영화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현대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속으로 던져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라도 남보다 뛰어나야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지난 주에 끝난 대입수학능력시험 역시 마찬가지다. 서열화되는 점수에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미라벨의 엄마가 그랬듯이 “넌 이대로 완벽해”라는 말을 특별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이에게 건넬 수 있기를. 그게 아니라면 ‘나는 나 자체로 빛나’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보기를.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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