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눈꽃
  • 승인 2021.11.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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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民 박철언

안개구름 자욱한 겨울 산
만상은 흰 융단으로 덮이고
아직 눈비가 흩날리는 데
나무 나무에 은빛 눈꽃이 빛난다

깨끗한 영혼을 가진
하늘나라 사람들이
현란한 백의를 입고
속세를 찾아온 것인가

부럽도록 뜨거웠던 연인들이
다시 눈꽃으로 피어나
사랑을 뽐내고 있는가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이
한(恨)이 되어
얼어붙은 순백의 눈물인가

영롱한 눈꽃이여
차가운 보석이여
슬픈 눈꽃이여
불현듯 찾아왔다가
행복처럼 달아나 버리는
눈꽃이여

◇박철언= 1942년 경북 성주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꽃으로 다시 피어나는 눈의 여러 가지 모양을 노래한 시인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백설세계로 빠지게 한다. 눈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만큼 자주 보지 못한 지역에 있어서인지 일 년 가도 눈에 대한 글을 적은 적이 없으니, 시인의 글은 눈을 실컷 구경시켜 준다. 반갑게 내리다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는 눈을‘불현 듯 찾아왔다가 달아나 버리는 행복’이라고 노래한 시인은 내리는 눈을 손으로 받아서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본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랑의 또 다른 결정체로 거듭난 눈꽃을 쟁반에 담아 본 듯 선명히 보게 하였으니.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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