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의 감정과
제 8의 요일과
제 3의 눈과
제 3의 종족을 알지 못하면
다
꽝!
슈레딩거의 고양이는
상자 안의 그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누군가 두꺼운 안경을 쓰고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거나 말거나
아예 등 돌리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예 그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미리 죽여 없애고
고양이의 생사 따위를 묻지 않기로 한 지 오래
쥐를 몇 마리 잡아먹었던 고양이인지
처음부터 고양이였는지
누가 너를 고양이라고 하든?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불감과 조루의 지대 그래도
그 늪에 가면 물 없이 헤엄을 칠 수 있고
마른 지푸라기들은 달콤하지
◇유혜경= 서울生.강원도 원주에서 詩作활동 중. 서울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하늘을 늪이라고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슈레딩거의 고양이를 먼저 알아야 했다. 그 물리학자는 왜 고양이에 대해서 그런 실험을 하여 양자역학을 증명하려고 하였을까. 실제로 고양이가 그 철장에 들어 있는지, 가정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인데, 분명한 것은 고양이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반려동물이 크게 한 몫을 차지하는 시대라서 시인의 시가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늪이 주는 묘한 끌림이 더 궁금한 것은 무얼까.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