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라는 늪
하늘이라는 늪
  • 승인 2021.11.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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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제 8의 감정과

제 8의 요일과

제 3의 눈과

제 3의 종족을 알지 못하면

꽝!

슈레딩거의 고양이는

상자 안의 그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누군가 두꺼운 안경을 쓰고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거나 말거나

아예 등 돌리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예 그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미리 죽여 없애고

고양이의 생사 따위를 묻지 않기로 한 지 오래

쥐를 몇 마리 잡아먹었던 고양이인지

처음부터 고양이였는지

누가 너를 고양이라고 하든?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불감과 조루의 지대 그래도

그 늪에 가면 물 없이 헤엄을 칠 수 있고

마른 지푸라기들은 달콤하지

◇유혜경= 서울生.강원도 원주에서 詩作활동 중. 서울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하늘을 늪이라고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슈레딩거의 고양이를 먼저 알아야 했다. 그 물리학자는 왜 고양이에 대해서 그런 실험을 하여 양자역학을 증명하려고 하였을까. 실제로 고양이가 그 철장에 들어 있는지, 가정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인데, 분명한 것은 고양이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반려동물이 크게 한 몫을 차지하는 시대라서 시인의 시가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늪이 주는 묘한 끌림이 더 궁금한 것은 무얼까.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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