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패러다임을 바꿔라
[배종태 경영칼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패러다임을 바꿔라
  • 승인 2021.12.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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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최근 몇 년간 산업과 기술의 변화 추세를 논의할 때 가장 많이 각종 매체에 등장한 말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사람들은 ‘산업혁명’이라고 할 때, 보통 ‘혁명’이라는 말에 더 집중하고, 그 혁명 또는 혁신의 내용이 무엇이고, 또 시대별로 혁명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산업혁명을 더욱 본질적으로 이해하려면 ‘산업’이라는 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려면 공급(생산, 기술혁신)과 수요(소비, 시장조성)가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수요나 고객요구를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가 충족시켜줄 때 비로소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산업혁명들의 본질을 살펴보려면, 기술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를 촉발하는 고객요구의 측면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 산업혁명의 출발점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새롭고 바뀌는 사람들의 욕구이다. 그래서 산업혁명의 전개 과정은 인간욕구와 기술혁명의 공진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 산업혁명은 인간욕구, 기술혁명의 공진화

산업에는 소비와 생산,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있다. 메디슨 창업자 이민화 교수는 네 차례의 산업혁명을 이러한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1차 산업혁명은 생존해야 하는 인간의 욕구를 기계혁명으로 해결한 것이고, 2차 산업혁명은 편리하고 안정된 삶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전기혁명으로 해결하여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정보혁명으로 해결한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은 나를 표현하고 싶은 인간의 개인화된 욕망을 지능혁명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개인화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과거에는 매우 어려운 것이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러한 개인화된 욕망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1차, 2차, 3차, 4차 산업혁명을 겉으로 드러난 기계혁명, 전기혁명, 정보혁명, 지능혁명으로 이해하는 것도 유용하지만, 이러한 기술혁명이 일어나게 된 동기에 해당하는 인간의 욕구, 즉 생존욕구, 안정욕구, 연결욕구, 표현욕구가 순차적으로 각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동인이 되었다는 것을 꼭 이해해야 한다.

4차에 걸친 산업혁명의 동인으로 작용한 생존욕구, 안정욕구, 연결욕구, 표현욕구는 매슬로(Maslow)가 욕구단계설에서 제시한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애정) 욕구, 존중(존경) 욕구와 매우 유사하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이 혁명을 일으키는 출발점인 인간욕구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패러다임 전환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에게 맞추어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표출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경험을 하게 하였고, 이러한 수요를 해결해주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기술들이 출현하면서 지능혁명이 일어나고,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는 오프라인(현실) 세상과 온라인(가상) 세상이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혁신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현실 세상과 가상 세상의 연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이다. 오프라인이 온라인과 연결되려면, 1) 오프라인 현실 세상의 현상이 데이터로 바뀌어야 하고, 2) 이렇게 바뀌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라인 세상에서 인공지능이 스마트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며, 3) 이를 다시 오프라인 세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 단계에는 사물 인터넷, 센서, 클라우드, 빅데이터가, 둘째 단계에는 인공지능이,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는 3차원 프린팅, 증강현실, 로봇 기술 등이 활용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것은 인간욕구의 흐름과 괘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혁신기술, 스마트 기술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을 막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오프라인 세상에서의 ‘소유의 패러다임’과 온라인 세상에서의 ‘공유의 패러다임’이 충돌하는 것이고, 오프라인 세상에만 익숙한 사람·산업들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산업들의 갈등이 그것이다.

4차 산업을 촉진하면서 아울러 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부를 비롯한 각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이고, 정부의 규제 완화는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고, 아울러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익을 보는 그룹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그룹 간의 합리적 조정이나 대책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가들도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을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과 요구, 가치관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더욱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전까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길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길인지 정부와 산업계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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