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돈키호테와 기업가정신
[박명호 경영칼럼] 돈키호테와 기업가정신
  • 승인 2021.12.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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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17세기 초에 탄생한 돈키호테가 대한민국 정국에 소환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돈키호테식 부동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2022년 대선에 돈키호테가 출마했다는 말도 나온다. 또한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은 “코로나19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쏟아졌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돈키호테 대통령’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게 심한 것 아닌가”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같은 날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은 ‘환상에 빠진 돈키호테’가 아니라 ‘꿈을 꾸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라며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소설 돈키호테에는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며 꿈을 예찬하는 구절이 있다. 꿈은 세상을 상대로 맞서 싸울 힘을 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마냥 꿈만으로 세상을 이겨낸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소리로 들린다. 꿈이 꿈으로 사라지는 현실에서 국가의 지도자는 당연히 꿈을 실현할 뚜렷한 방도를 제시해야 한다.

2002년 노벨연구소는 400여 년 전에 나온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역사상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꼽았다. 그런 까닭에 사람을 평가할 때 돈키호테를 ‘읽은 이’와 ‘읽지 않은 이’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설 돈키호테는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람의 ‘살아 있음’ 즉, 삶의 온전한 깊이와 차원을 이해하는데 매우 소중하고 유익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가는 누구라도 결코 자신의 존재를 타인이 결정해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꿈꾸며 어떤 모험도 불사하며 열정으로 도전하는 돈키호테의 정신세계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매우 닮았다. 기업가(entrepreneur)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행하라’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그들은 돈키호테처럼 세상에 없던 뜻밖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실패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기업가에게는 특유의 정신과 DNA가 있다. 그들에게는 변화를 수용하고, 성공에 확신을 가지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려는 집요함과 열정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를 지낸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기업가정신의 본질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회를 발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자신의 에너지와 지적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까지 동원해서 그 기회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고 이를 비즈니스로 키워내는 능력이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은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지만 넓게 보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공적인 기업가는 결과 자체보다 그 여정을 더 좋아한다. 그들은 실패나 역경에 익숙하며 오히려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다. ‘인도의 빌게이츠’로 불리는 나라야나 무르티(Narayana Murthy)는 실패할 용기와 더불어 긍정과 희망을 강조한다. 그는 “위대한 기업가란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용기를 보여주며, 위험을 감수하고, 세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언제부터인가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내일의 장밋빛 희망은 이미 꿈으로 끝난 지 오랜듯하다. 지난 4년간 폐업을 원하는 자영업자가 무려 9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중 폐업지원을 받은 사례는 지난해 2만5천여 건으로, 2017년 2천900여 건의 8.7배 급증했다. 올해도 지원건수가 11월 초에 이미 2만 건에 도달하여 전년도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꿈을 접은 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가 코로나19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는 10일에는 ‘제8회 대구·경북 중소·벤처기업 대축전’이 열린다. 대구신문사가 우리 고장의 중소·벤처기업들에게 미래의 경영방향과 변화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참여기업들이 정보와 경험을 교류하고, 결속력을 강화하며, 연대감을 높여, 새롭게 용기를 다지려는 매우 값진 행사다. 참여한 모든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하여 큰 꿈을 꿀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천재 아인슈타인도 실력과 지식보다는 꿈과 상상력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설사 하루하루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래도 꿈을 꾸며 버텨보자. 돈키호테처럼 황당한 꿈인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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