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인의 저력, ‘찾아가는 수필 축제’
대구 문인의 저력, ‘찾아가는 수필 축제’
  • 승인 2021.12.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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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커넬글로벌대학원 교수
시인·문학박사

코로나 19 발생 이후 문학인의 일상 또한 위기의 하루하루이다. 2021년 들어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담아 ‘위드 코로나’라고 일컬으며 나날을 살아가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맹위는 우리들의 삶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되고 개인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크고 작은 행사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2년이라는 감금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공연과 행사의 면면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고 있다. 문학행사에서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다른 풍경으로 포착되고 있다. 특히 대구수필가협회(회장, 박기옥)에서 주관한 ‘찾아가는 수필축제’에서는 절망, 불안, 위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자발적이며 모범적인 대구 문인의 저력을 발견하게 하였다

‘시민과 함께 하는 수필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년에는 열지 못했으나, 올해는?연말을 맞아(11월 20일) 대구향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대구시민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수필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회장단(사무국장, 노병철)에서는 세밀한 계획을 세워 이사회의 개최, 의견 수렴 토론회, 철저한 사전 준비, 작가들의 공감대 형성과 자발적 참여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행사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조용한 발걸음이 이어졌고, 27개 수필 단체의 참여는 생동감이 넘치게 하였다. 무대는 개별성과 전문성이 고려되었지만, 특히 전 출연진 전원을 위한 의상협찬(금오실크, 곽명옥 수필가)으로 화려하고 품격이 두드러졌다. 내용 또한 공감각적인 구성으로 ‘빛드림(Beat Dream, 지도, 신재윤)’의 식전행사에 이어 대구문협, 수필분과 위원장(이규석)의 우렁찬 개회 선언으로 축제의 문이 활짝 열리고, ‘팔색오르간 연주(황인동 시인)’, ‘포크송(이춘호 낭만가객)’, 발끝의 리듬예술 ‘탭댄스(원대일, 오혜영)’, ‘대금과 시조창(황영달, 방종현)’ 등과 함께 수필이 펼쳐졌다. 수필은 단체를 대표하여 팔음 김미숙, 김정화, 이규석, 박미정, 백승분, 서봉 김정호, 곽명옥, 이미경, 노정희, 김상립 수필가 등이 낭송하고, 곽희망 시인이 전체 진행을 맡았다.

“코로나로부터 일상을 회복해 나가자는 바람은 담은 위드-코로나로 대규모 행사가 허용되어 이렇게 반가운 얼굴들을 뵙게 되었습니다”라고 대구문협회장(회장, 심후섭)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말을 했다. 말처럼 ‘코로나로부터의 일상 회복’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어쩌면 우리의 바람보다는 더 긴 시간이 흐를 수도 있다. 최근 기대할 수 없었던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기도를 드리듯 애국가 제창을 묵음으로 가슴에 새기며 부를 줄 아는 문인, 대구수필가협회기를 월드컵 경기 우승기를 흔들 듯 신명나게 흔들어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 줄 아는 문인(권오훈 수필가), 회장에게 건네는 공치사를 ‘모두 우리 사무국장 덕’이라고 돌려줄 줄 아는 대구 문인들, 그리고 수필축제를 훌륭하게 마무리하기까지 드러나지 않은 손길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1895~1970)의 작품 ‘나무를 심은 사람’의 양치기 엘지아르 부피에가 떠오른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어느 고원지대, 여러 해의 전쟁으로 마을은 폐허가 된다. 어느 날 여행 중이던 작가 장 지오노가 우연히 이 마을 노인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게 된다. 노인은 아내와 외아들이 모두 죽어 홀로 된 양치기였다. 양치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주 굵고 튼튼한 도토리를 고르고, 황무지에 심는다. 세계대전이 두 번 지나가는 동안에도 노인의 나무심기는 지속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메말랐던 땅에 다시 물이 흐르고, 수많은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찾아와 지저귄다. 떠났던 사람들도 하나둘 다시 돌아오고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젠 황무지가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땅이 된 것이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의 고결한 정신과 실천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대구수필가협회에서도 문학은 역사적인 절망과 위기의 순간을 지혜롭게 견디게 하고, 세기의 격변기에는 자율적 극복 의지를 길러주는 나침반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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